[마켓인사이트] 한투·NH證, 투자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18-08-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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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나게 팔린 발행어음…조단위 자금 마련

대한항공·한화손보 등
주요 기업 영구채 쓸어담아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 우려도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8일 오전 4시33분

1호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한국투자증권과 2호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찍어 마련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행어음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조(兆) 단위 자금을 굴릴 고금리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수신 수단인 발행어음보다 만기가 훨씬 긴 영구채(신종자본증권)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고금리 상품 적극 공략

8일 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찍어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종합금융실을 통해 이달 말 현대해상이 발행할 예정인 영구채에 직접 투자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수백억원, NH투자증권은 1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증권사는 이번 영구채 발행의 주관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사모로 발행될 영구채만 사들일 예정이다. 회사채 발행주관사는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참여해 공모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늘릴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이다. 발행회사가 청산하면 투자자가 원리금을 상환받는 순위가 뒤로 밀려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낮고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발행회사가 5년 후 채권을 조기 상환할 권리가 붙어 있어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선 ‘5년 만기 고금리 채권’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두 증권사가 대부분 1년 안팎의 만기로 발행어음을 찍었기 때문에 비슷한 만기 상품에 돈을 굴릴 것으로 관측했다. 수신과 여신 만기가 어느 정도 일치해야 발행어음 투자자에게 약속한 원리금을 제때 돌려줄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1월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뒤 주로 단기 사모사채 및 기업어음(CP) 인수, 기업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투자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7월 대한항공(발행액 2100억원)과 한화손해보험(1900억원) 현대카드(3000억원) 영구채 발행 과정에 투자자로 참여해 각각 200억~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달부터 발행어음을 찍고 있는 NH투자증권도 한화손보 영구채 500억원어치를 매수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포스코에너지가 발행하는 영구채(1500억원)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영구채는 유통시장에선 거의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매수물량 대부분을 최소 5년간 보유해야 한다.

◆운용자금 넘치는데 투자처는 ‘부족’

어음 발행을 통해 운용자금을 불리는 가운데 담을 만한 투자자산은 부족하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3월 말까지 찍은 발행어음은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NH투자증권도 발행어음 판매 한 달 만에 약 1조원을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어음 금리는 연 2.3~2.5%(1년물 기준) 수준인데 이를 웃도는 수익률에 안전성까지 갖춘 투자처를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 4% 이상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영구채는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는 평가다.

다만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문제 및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 때문에 이 같은 금융상품 비중을 크게 늘리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는 일정 부분이 위험액으로 인식돼 순자본비율(NCR)을 떨어뜨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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