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은 황정민이 이끌었지만
'목격자'에선 주연…부담감 커
살인 목격 뒤 쫓기는 소시민役
방관이 부른 범죄 현실 꼬집어
[ 유재혁 기자 ] 드라마 ‘미생’에서 직장 간부 역으로 유명해진 이성민(50·사진)이 올여름 극장가 두 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섰다. 8일 개봉한 첩보 대작 ‘공작’에서 남측 공작원 황정민의 상대역인 북한 외화벌이 담당자 역을 맡았고, 오는 15일 개봉하는 스릴러 ‘목격자’에서는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범인의 표적이 된 가장 상훈 역을 해냈다. 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이성민을 만났다.
“낮에는 ‘공작’, 밤에는 ‘목격자’를 보시면 될 듯합니다. 하하. ‘신과함께2’ 기세가 워낙 강해 걱정되기는 하지만요. 다행히 ‘공작’은 초반 기세가 나쁘지 않아 한 짐 던 듯싶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목격자’는 야수들 싸움터에 내던져진 초식동물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서늘한 밤을 보내시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그는 ‘공작’에서 황정민에 비해 작은 배역이지만 연기하는 게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대화로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내용이어서 배우가 해야 할 부분이 많았거든요. 단순한 감정과 심리, 정서 이상의 것을 표현해내야 했습니다.”
‘목격자’에서는 단독 주연을 맡아 연기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컸다고 털어놨다.
“저 혼자 촬영하는 날이 많아 외로웠어요. 다만 명확한 상황이 있으니까 연기하기는 편했어요. 살인이 일어났고, 시체가 눈 앞에 있으며, 범인이 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몰입해 연기하기가 쉬웠죠.”
극 중 그는 공포를 느껴 수시로 놀라거나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극도로 예민해진다.
“상훈이가 살인 사건 신고를 미루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말죠. 그래서 관객들이 왜 신고를 빨리 안 하지 의문을 품지 않도록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했어요. 우선 그가 신고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는데, 배터리가 분리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쳐요. 그 후 신고하려는 순간, 딸과 아내가 나보다 망치를 든 범인과 가까이 있어요. 소심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소시민 캐릭터에게는 방관하고 싶은 심리가 있지요. 신고하면 경찰의 심문을 받고 복잡해지니까요. 가족들도 힘들어하고요.”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람들의 방관이 사회를 지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한밤중에 “살려달라”고 외쳐도 아파트 주민들은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심지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봐 사건을 은폐하려 든다.
“살인사건보다 아파트 가격을 먼저 걱정하는 게 현실인 듯싶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데 있습니다. 범죄가 일어나는 아파트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음침함이라곤 전혀 없어요. 그런 공간에서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게 충격스러운 거죠.”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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