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프리' 中 공유경제 빅뱅… 보조배터리·우산까지 공유

입력 2018-08-09 17:25  

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공유경제 천국’ 중국

年 40% 고속성장…800조 넘어
"낡은 잣대로 신산업 규제 안한다"
中 정부, 통제 대신 시장에 맡겨

글로벌 무대로 보폭 확대
차량공유 디디추싱 중동·阿 진출
자전거 공유 오포·모바이크는 한국시장 들어와 수익창출 나서

규제에 길 막힌 한국
차량·숙박 공유 등 아직도 미해결
정부, 기득권 눈치 보느라 소극적



[ 박상익 기자 ] 중국은 그동안 사회주의 경제의 영향으로 한국에 비해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창적인 제품 대신 모조품을 대량 생산하는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다는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그러나 중국의 공유경제만큼은 한국보다 훨씬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공유경제에선 ‘통제’ 대신 ‘도전’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지를 받은 중국 공유경제 기업들은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경직된 법 해석과 규제 때문에 제대로 된 공유경제를 꽃피우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매년 40% 성장하는 中 공유경제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4조9205억위안(약 806조9620억원)이었다. 2016년의 3조4520억위안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국가정보센터는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5년께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2015년 공유경제를 공식화한 이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방정부도 공유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공유경제가 경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공유경제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나 업종이 발생하면 이를 기존 잣대로 규제하기보다 일단 지켜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각종 갈등이 발생하면 그때 조정책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지원으로 급성장한 기업이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2015년 합병해 세워졌다. 디디다처는 창업 초기 텐센트로부터 120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받았고, 콰이디다처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였다. 디디추싱은 2016년 글로벌 차량공유 회사인 우버의 중국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차량공유 시장의 절대강자가 됐다.

중국은 공유자전거가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그 배경에는 오포와 모바이크가 있다. 2014년 베이징에서 사업을 시작한 오포는 세계 250여 개 도시에서 1000만 대 이상의 공유자전거를 운영한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으로부터 7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2015년 후발주자로 시작한 모바이크도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중국 내 음식 배달 서비스 1위 기업인 메이퇀은 지난 4월 모바이크를 약 37억달러에 인수했다.

디디추싱이 독자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내놓고, 메이퇀이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중국에서는 공유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와 자전거뿐만 아니라 숙박공유도 활발하다. 중국 숙박공유 플랫폼 투자왕(途家網)은 중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숙박 자원을 확보, 세계를 활보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에선 보조배터리와 우산까지도 공유경제 서비스의 영역이다. 나눠 쓸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유·무형 자원을 공유한다고 말할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영향력 확장

중국 시장을 평정한 공유경제 기업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 차량공유 업체인 카림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카림은 터키,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등 중동과 아프리카 80개 도시에서 소비자 1200만 명에게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웨이 디디추싱 창업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도시 인구 증가, 경제적·사회적 다양성 등은 차량호출 업체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디디추싱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동남아 차량공유 기업 그랩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유럽, 인도 등의 회사들과도 협력하며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자전거공유 기업들은 한국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오포는 부산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모바이크는 수원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공유자전거가 아직 확산되지 않은 국내 여러 지역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규제에 시도조차 못 하는 한국

한국에서 공유경제를 시도하는 기업인들은 “규제에 막혀 사업을 확장할 시기를 놓칠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뒤늦게 공유경제를 활성화해도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있다.

이미 외국에서 보편화된 차량공유 서비스는 아직도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득권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망설이는 사이 피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라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도심에서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도 규제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이를 개혁하면 기존 숙박업자들이 타격을 받겠지만 관광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규제 개혁은 과거 정부도 추진했지만 우리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며 여기에 승부를 걸 것”이라며 “기득권층 또는 이해관계자도 만나서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도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우려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제사회의 공유경제 추진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유경제와 같은 인터넷 기반 신(新)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며, 필요시에만 점진적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비결은 정부의 정책 기조 덕분이라는 것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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