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차 산업혁명은 제2의 도시화

입력 2018-08-09 18:53  

이재석 <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 >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있지만, 이미 대통령직속위원회가 운영될 만큼 산업계 주요 화두로 자리잡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대개 인정하는 개념이 초연결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대상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혹은 사물을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광경은 이미 익숙하다. 사람과 시설을 밀집시키는 도시화가 대표 사례다. 선진국은 대부분 도시화가 잘돼 있다. 국가 경제가 급성장할 때 도시화도 함께 진전된다. 도시화를 통해 대규모 거래가 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 성장을 가속하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 거래와 소통이 있어야 부가가치가 생성된다. 인류가 무인도에 한 명씩 떨어져 산다면 각자 일상은 원시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현대인도 무인도에 떨어지는 순간 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묘사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람과 인프라가 한 곳에 집약되면 소통과 거래가 활발해지고 부가가치가 일어난다. 원시적인 물물교환과 시장이란 플랫폼을 통한 거래방식 간 효율의 격차는 엄청나다. 이처럼 도시화는 거래와 소통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도시화가 사람과 인프라를 연결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무형의 정보를 연결해 이전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검색엔진은 정보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사업모델이다. 구글은 정보를 찾는 사람과 제공하려는 사람을 이어주면서 시가총액 1000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됐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도 송금자와 돈을 받는 사람의 거래 정보를 연결해주면서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장은 이미 초연결의 부가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역할 중 하나가 한국 판매자와 해외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소상공인에게 수출은 언어와 물류 장벽 등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종의 온라인 수출이 쉽게 이뤄진다. 연결을 통해 수출 효율화를 이룬 것이다.

그간 선박, TV, 반도체 같은 유형 상품이 부가가치를 창출했듯, 이제 초연결을 통한 무형 서비스에서 고부가가치가 나오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무형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도시화를 그 어느 나라보다 단기간에 이뤄냈다. 정보의 초연결이 이뤄낼 가치와 성장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발전시킨다면 가상의 도시화인 4차 산업혁명도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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