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간 자리… 에어컨 대신 산바람 맞으며 우리 함께 걸어 볼까요?

입력 2018-08-12 15:13  

여행의 향기

관광공사가 꼽은 걷기 좋은 여행지 6선

여름에도 걷기 좋은 길



[ 이선우 기자 ]
올여름은 지독한 폭염의 기세에 눌려 산, 바다 등을 찾아다니며 즐기던 여름 여행의 묘미를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곧 폭염이 물러날 때를 대비해 산바람, 바닷바람 가득한 그곳으로 걷기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폭염에 지친 몸 구석구석 싱그러운 자연의 기운이 파고드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아름다운 여름 여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걷기 여행지 6곳을 골라 봤다.

수려한 자연경관 ‘설악누리길’

경로: 척산족욕공원~자생식물단지~바람꽃마을~종합운동장~척산족욕공원

강원 속초 설악누리길은 척산족욕공원에서 시작하는 약 6㎞의 순환 탐방코스다. 울산바위와 달마봉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설악산에서 자라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척산족욕공원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달마봉에서 발원한 청초천의 상류지역을 통과해 피톤치드로 가득한 숲으로 이어진다. 이어 희귀 자생식물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초본 식물이 식재돼 있는 설악자생식물원과 바람꽃마을의 논과 밭 사이를 지나면 다시 척산족욕공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코스 시작이자 종착 지점인 족욕공원에선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탐방으로 지친 발의 피로를 푸는 족욕체험도 즐길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 전반적으로 코스가 평탄하고 포장로가 많아 걷기 여행 초보자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전설 깃든 천년고찰 ‘수타사 산소길’

경로: 수타사 주차장~계곡길~용담~?소~?소 출렁다리~목교~계곡길~수타사생태숲~수타사~수타사 주차장

강원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수타계곡과 천년고찰 수타사를 잇는 계곡 물길이다. 전체 코스 길이는 6㎞. 전반적으로 평탄한 길은 가족 나들이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수타사는 영서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수타계곡에서 물이 바위 아래로 떨어져 생긴 물 속 아래 바위굴 용담은 용이 살고 있는 거처로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물색을 지닌 수타사 연못을 뒤덮고 있는 연꽃도 여름철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계곡 중류를 가로지르는 ?소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역사의 발자취 ‘인현왕후길’

경로: 수도리 주차장~쉼터~다리~수도계곡 옛길~용추폭포~출렁다리~수도리 주차장

경북 김천 증산면 수도리의 인현왕후길은 조선 19대 왕인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가 3년 동안 머무르던 청암사가 있는 수도산 자락길이다. 조선 3대 악녀인 장희빈에 의해 평민으로 신분이 강등된 인현왕후는 이곳에 기거하며 복위를 꿈꿨다. 해발 800m 이상 수도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길이는 9㎞. 수도리 주차장에서 시작해 약 2시간40분을 걸으면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순환 코스다. 주차장에서 마을 중앙을 지나 해탈교를 지나면 청암사의 수도암으로 난 길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시작하는 비포장길 임도부터 본격적인 인현왕후길이 시작된다. 평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길을 걸으며 숱한 시련과 슬픔 속에서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복위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인현왕후의 기개를 느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짧은 산책로 ‘칠선·용성 간 숲길 01코스’

경로: 칠선리~문치골

참외로 유명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산책하기 좋은 칠선~용선 간 숲길이다. 초전면 칠선리에서 출발해 용성리까지 이어지는 3.4㎞ 길이의 완만한 코스로 1시간 남짓의 부담없는 짧은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길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 잠시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칠선리와 용성리, 금산리 등으로 뻗은 길은 옛 시골 오솔길 같은 정감어린 풍경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매력을 품고 있다.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초전면의 광활한 풍경도 볼거리다. 코스에 근린시설과 쉼터 등이 마련돼 있어 주민들도 산책로로 애용하고 있다. 산책로 근처에 완정고택과 성주 백세각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3대 보물의 비경 ‘삽시도 둘레길’

경로: 진너머 해수욕장~면삽지~물망터~황금곰솔~금송사(밤섬 해수욕장)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삽시도는 전체 면적이 3.78㎢, 섬 둘레 해안선이 11㎞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화살을 메겨둔 활 모양의 이 섬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해송 숲으로 원산도와 호도, 녹도, 외연도 등 충남의 여러 섬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삽시도 둘레길은 섬 서쪽 진너머 해수욕장에서 남쪽 밤섬 해수욕장에 이르는 5㎞ 구간의 산책 코스다. 성인 걸음으로 약 2시간40분 정도면 충분하다. 둘레길 전체가 급한 오르내림이 없어 평범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면삽지와 물망터, 황금곰솔 등 삽시도를 대표하는 3대 보물의 비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진너머 해수욕장과 거멀머너 해수욕장의 해넘이와 더불어 술뚱 선착장 옆 요강수에서 물때에 맞춰 갯벌에서 해루질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남해바다의 진경 ‘앵강다숲길’

경로: 가천다랭이마을~홍현해라우지마을~두곡월포해수욕장~미국마을~화계~원천횟집촌

남해바래길은 거대한 섬인 남해군을 한 바퀴 도는 걷기 길이다. 총 14.6㎞의 길을 걸으며 해안 절벽과 청정 갯벌 등 아름다운 남해 바다의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다. 바래는 과거 남해의 어머니들이 가족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 토속어다. 앵강다숲길은 10개 코스의 남해바래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대표 코스다. 호수 앵강만을 중심으로 남면과 이동면, 상주면 등 9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섬 주민의 고달픈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을 곳곳에서 방품림을 조성해 농토를 보호하고 쉼터로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앵강다숲길은 일출 명소로 알려진 가천다랭이마을에서 시작해 어업과 농업이 공존하는 홍현마을, 이국적인 풍경의 미국마을, 앵강다숲마을 등으로 이어진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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