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진 기자 ] 경기 일산신도시 집값이 곤두박질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걱정했지만 이젠 조정지역 해제를 거론하는 상황이다.
12일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고양 일산동 ‘후곡14단지 청구아파트’ 전용면적 101㎡는 이달 4억3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시세가 1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봄만 해도 4억5000만~4억6000만원 선을 넘겨 거래됐지만 요즘은 집값이 지난해 초 수준이다.
가좌동 아파트값은 아예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가좌마을7단지 꿈에그린’ 전용 101㎡는 2013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3억5700만원에 이달 손바뀜했다. 바로 옆 ‘위시티5단지 블루밍’ 전용 123㎡도 3년 전 수준인 5억32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일산은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었다. 8월과 9월 연달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하면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집값이 떨어지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각각 0.26%와 0.48% 하락했다. 올해 누계론 1~2% 안팎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들이 같은 기간 대부분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일산의 ‘동기’인 분당신도시는 10% 가까이 상승했다. 탄현동 A공인 관계자는 “상승장에 나홀로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급폭탄도 대기 중이다. 올해는 고양시 전역의 공급물량이 6000가구 수준이지만 내년엔 이보다 두 배 많은 1만341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3년 동안 공급된 아파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서울 서부권에서 일산을 대체할 만한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는 것도 집값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양시 안에선 일산보다 서울과 가까운 삼송·지축·향동 등의 택지 개발이 활발하다. 이들 지역 아파트는 내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산보다 서울 접근성이 훨씬 뛰어난 곳의 개발이 늘어나고 공급까지 단기적으로 몰린 게 집값 약세의 요인이 됐다”면서 “자족기능이 높지 않은 편이어서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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