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로 흰쌀밥 짓는다'… 문종박의 8000억 프로젝트 빛본다

입력 2018-08-12 18:58  

현대오일뱅크, 국내 첫 '꿈의 고도화율' 40% 눈앞

첫단계 아스팔텐분리 공정 마무리
기름 찌꺼기서 매일 8만배럴 추출
내달 '초고도화 설비' 완공 땐
하루 정제능력 65만배럴 달해

선박 '탈황 연료' 의무화도 호재
정제마진 개선 효과 年 1400억



[ 박상익/김보형 기자 ] 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고도화율(일반설비의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설비의 정제능력) 40% 시대를 연다. 고도화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값싼 중질유인 잔사유를 재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선 기존 정유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효율화가 필수’라며 고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사진)의 뚝심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 4사 중 첫 고도화 40%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8000억원 규모의 충남 서산 대산공장 증설 사업 가운데 첫 단계로 아스팔텐 분리(SDA) 공정을 완공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작년 2월 시작한 SDA 공정 건설엔 2400억원이 투입됐다. SDA는 원유 정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걸러내는 공정이다. SDA 공정을 통해 잔사유에 프로판, 부탄, 펜탄 등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이 없는 기름(DAO)을 매일 8만 배럴씩 추출한다. 아스팔텐 성분은 고도화 공정에 투입되면 휘발유·경유 등의 경질유로 전환되지 않고 숯덩이로 변한다. 숯덩이로 바뀐 아스팔텐 성분은 고도화 공정에 쓰이는 촉매에 달라붙어 촉매 수명을 단축시키고 경질유 생산 수율을 낮추기 때문에 사전에 걸러내는 작업을 통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SDA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DAO를 고도화설비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인원 20만 명의 인원을 투입해 정유설비와 고도화설비 증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증설 작업이 모두 끝나면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정제능력은 56만 배럴(합작사 현대케미칼 포함)에서 65만 배럴로 늘어난다. 효율성이 높은 고도화설비 용량도 하루 16만5000배럴에서 21만1000배럴로 증가한다. 고도화설비 용량과 단순 정제능력 간 비율을 나타내는 고도화율도 40.6%로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 중 40%대 고도화율을 달성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IMO 환경 규제도 호재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 황 함유량 규제 도입도 현대오일뱅크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IMO는 2020년부터 세계를 운항하는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현재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 세계 고유황 중질유 선박 연료 수요는 지난해 기준 하루 356만 배럴에 달한다.

IMO의 규제로 고유황 선박 연료 수요가 줄어들면 국내 정유사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고도화설비 비율이 높은 현대오일뱅크는 고유황 중질유 생산 비중이 지금도 2%에 불과한 데다 SDA 공정 등이 완공되면 고유황 중질유 대신 가치가 높은 경질유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고도화설비 증설 작업을 통한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연간 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DA 공정에서 생산되는 DAO는 고도화설비뿐만 아니라 자동차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와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김보형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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