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패티 맥코드 "훌륭한 기업은 스포츠팀 같아… 매시즌 평가해 최적 인재 골라내"

입력 2018-08-12 19:39   수정 2018-08-13 10:31

베스트셀러 《파워풀》 저자 패티 맥코드 前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

성과 못내는 선수 교체 안하면 팀원·팬들 실망
인사평가때 피드백이나 조언 줘야 제대로 성장
임직원들 격렬하게 토론하고 결과만 책임지게 해야



[ 안정락 기자 ]
DVD 대여 사업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로 성장한 미국의 혁신기업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2009년 8월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이라는 제목의 125쪽짜리 내부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넷플릭스 임직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을 정리한 슬라이드 문서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문서는 세계 1800만 명 이상이 봤다. 글로벌 혁신 중심지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참고하는 최고의 기업문화 지침서가 됐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를 만든 핵심 인물이 바로 패티 맥코드 전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다. 그는 “임직원이 불필요한 규칙과 승인에 얽매이지 않게 하는 모든 방법을 실험하면서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모델화했다”고 말했다. “임직원은 극도의 솔직함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피드백하되 결과에만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를 풀어쓴 그의 저서 《파워풀: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한국경제신문 발간·사진)엔 넷플릭스 기업문화의 정수가 담겨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에 있는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책 제목을《파워풀》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재관리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 중에 ‘권한 부여(empowerm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당신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겠다’고 말하죠. 저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파워(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는 권한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직원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허락과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면 그것은 권한을 받은 게 아닙니다. 책 제목을 ‘파워풀’이라고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의 일과 경력을 결정하는 힘은 당신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자유와 책임’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직원에게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직원이 스스로 할 일을 알고, 성과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세 가지 기본철학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둘째, 모든 직무에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적합한 사람만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직원일지라도 그의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기꺼이 작별인사를 한다.’입니다.”

▶‘멋진 헤어짐(good good-bye)’이라고 채용과 작별의 중요성을 표현했는데요.

“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채용한 사람의 책임이 큽니다. 그건 직원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잘못된 채용에 대해 ‘극도의 솔직함’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도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예요. 조직은 ‘당신이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려운 곳에 머물지 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르고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은 훌륭한 스포츠팀 같아야 한다는 비유도 했습니다.

“스포츠팀은 지속적으로 성과를 검토하고 현장에서 최고의 선수를 얻는 데 집중합니다. 회사 관리자도 계속해서 인재를 찾고 팀을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선수들은 한 시즌 뛰고 나면 투명하게 평가를 받습니다. 기업들은 왜 이 같은 정직함을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코치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를 교체하지 않으면 나머지 팀원이나 팬들이 실망합니다.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도 쉽게 교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플릭스에는 임직원이 서로를 평가하는 ‘피드백 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작하라, 중지하라, 계속하라! 이 세 가지가 피드백의 핵심입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나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은 건설적인 비판을 의미하죠. 무언가 불만이 있을 때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연례 인사평가’를 반대한다고 했는데요.

“연례 인사고과 시스템의 문제는 단순히 그것이 너무 경직되고 연봉 결정에 엄격히 연동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사부 직원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시간과 비용을 너무 많이 소모해요. 그렇게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붓고도 정작 직원들에게 필요한 피드백이나 조언을 주지 못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그런 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사람의 모습을 싫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실에 기반한 피드백은 조직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는 당신의 생각을 반대한다’고 말하지 말고, ‘나는 이것을 다르게 본다’고 말하는 게 낫습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의견이라면 그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휴대폰 등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직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집에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버·리프트(차량 공유), 도어대시(배달) 같은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긱(gig·필요에 따라 임시로 하는 일) 이코노미’ 시대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프리랜서 사이트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용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아마 연간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휴가를 떠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휴가 방침이 없는 방침’으로도 유명합니다.

“휴가 방침을 없애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우려도 있었으나 직원들이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필요한 만큼만 휴가를 갑니다. 회사가 직원을 어른으로 대할 때, 직원도 어른으로서 행동하죠.”

▶과도한 보너스나 특전을 제공하는 것을 여전히 반대하나요.

“사람들은 상여금이 아니라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이직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는 거주비용이 비쌉니다. 직원들은 연말 보너스를 받는 대신 월 1000달러를 더 받길 원합니다. 특전도 중요한 게 아닙니다. 심지어 바텐더가 있는 회사도 봤습니다. 그러나 일과 놀이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면 안 됩니다. 직장은 노는 곳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네 가지 맛이 나는 음료를 제공하고 수면실을 설치하는 게 답은 아닙니다.”

▶모든 기업이 넷플릭스처럼 많은 연봉을 줄 순 없잖습니까.

“넷플릭스는 적은 직원을 고용하고 더 많은 연봉을 줍니다. 적은 직원 숫자일지라도 일을 잘하면서 두 배 이상 돈을 벌어들인다면 그게 나을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이라는 한 가지 서비스에 엄청나게 집중한 덕분에 고연봉 전략을 펼 수 있었죠.”

▶한국 직장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으로 고생했습니다. 여성들은 자신이 운으로 성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나친 성실함을 보일 수 있습니다. 때론 직장이 더 중요하지만, 때론 가정과 가족에 집중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지속적인 문제입니다.”

■패티 맥코드는…

혁신기업 넷플릭스 기업문화 설계… '넷플릭스 컬처 데크' 작성 주도

넷플릭스에서 최고인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로 14년간 일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직원들의 자유와 책임에 기반을 둔 기업문화를 설계했다.

넷플릭스에 입사하기 전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볼랜드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했다. 직원 채용,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국제 인재관리(HR) 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넷플릭스를 떠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패티맥코드컨설팅을 설립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전략과 기업문화, 리더십 컨설팅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제이월터톰슨(JWT)에서부터 와비파커, 허브스팟, 하이크메신저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컨설팅했다.

△1953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 △1976년 소노마주립대 이중언어교육학과 졸업 △1984~1988년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인사부 △1988~1992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다양성 프로그램 매니저 △1992~1994년 볼랜드 인사부 매니저 △1994~1997년 퓨어아트리아 인재관리 디렉터 △1998~2012년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 △2013년~현재 패티맥코드컨설팅 대표

샌타크루즈=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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