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피아노' 스타인웨이, 치솟는 몸값...씁쓸한 삼익악기

입력 2018-08-13 08:55   수정 2018-08-13 08:56



(김익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전 재무장관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매일 아침 60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경기를 가늠했다고 합니다. 주가와 금리, 환율을 비롯한 통상적 지표는 물론 ‘명품 피아노’로 통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매출도 꼼꼼하게 파악했다고 합니다. 대당 2억원이 웃도는 피아노가 잘팔린다면 그만큼 경기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단 신호로 해석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웬만한 고급 외제차 수준을 넘어서는 이 피아노는 리하르트 바그너, 프란츠 리스트 등 작곡가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스타인웨이는 1853년 출범해 200년이 넘도록 세계 최고의 피아노라는 명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스타인웨이는 미국의 헤지펀드 대부로 통하는 존 폴슨의 헤지펀드 운용사 폴슨앤드컴퍼니가 2013년부 경영권을 인수해 운영 중입니다. 최근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 따르면 중국 국영회사인 폴리그룹이 폴슨에게 스타인웨이를 넘기라며 매각 금액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폴슨이 2013년 인수할 당시 가격(5억1200만달러)의 두배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이같은 보도를 접하는 삼익악기의 심정이 자못 궁금합니다. 스타인웨이는 삼익악기가 심혈을 들여 인수를 추진한 기업이었습니다. 삼익악기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스타인웨이 지분 33.17%를 850억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당시 스타인웨이 경영진이 '포이즌필(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주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해 삼익악기를 견제했습니다.

스타인웨이 경영진의 지원을 입은 폴슨은 2013년 주당 40달러에 매수가를 제시해 스타인웨이 주식을 전량 사들입니다. 삼익악기도 폴슨에 맞서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자금력에서 밀려 스타인웨이 지분을 매도합니다. 900억원가량의 매각차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지만, 스타인웨이 몸값이 당시보다 오른 것을 고려할 때 인수전 패배가 아쉬울법 합니다.

스타인웨이를 놓고 인수 경쟁이 치열한 것은 중국에서 피아노 판매량이 크게 불어난 덕분입니다. 중국은 연 30~40%씩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 가구당 피아노 보급률은 5%를 밑돕니다. 스타인웨이를 비롯한 고급 피아노 시장은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시욕이 강한 중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고급 피아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공법을 택한 삼익악기는 자체 브랜드를 바탕으로 지난해 중국에서 53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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