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폐기물처리업체 M&A 준법 이슈에 난항...일리걸 리스크(Illegal Risk)에 관심 쏟는 PEF

입력 2018-08-13 17:05   수정 2018-08-14 15:13

≪이 기사는 08월10일(04: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수년 간 인수합병(M&A)시장에서 인기 매물로 통한 폐기물처리업체 거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법규 위반으로 인한 사법·행정적 제재가 가져오는 위법 위험(리스크)가 문제가 돼 매각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폐기물업체 인수에 적극적이던 사모펀드(PEF)들은 옥석 가리기에 보다 관심을 쏟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대길산업, 진주산업, 코엔텍 등 다수의 업체를 인수하며 종합 폐기물처리업체 구축을 노리던 맥쿼리오퍼튜니티자산운용(맥쿼리PE)는 보유 중인 업체들이 잇따라 위법 리스크에 노출되며 고전 중이다. 진주산업, WIK(전 대길계열)등 보유회사의 대표이사들이 각종 불법영업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회사는 영업 중단 위기에 몰리면서다.

2016년 650억원을 들여 인수한 충북 청주 소재 폐기물처리업체 진주산업은 오는 16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서 허가취소 여부가 갈린다. 진주산업은 지난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다이옥신을 과다 배출해 검찰에 적발됐다. 이에 청주시는 환경부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 진주산업에 대한 ‘허가취소’처분을 내렸고, 진주산업 측은 이같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진주산업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진주산업 전 대표이사 A씨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징역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오는 재판에서 취소처분이 인용되고, 후속 재판에서도 결론이 그대로일 경우 맥쿼리PE는 사실상 투자금 대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주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WIK도 핵심 계열사인 WIK중부의 대표이사 B씨가 공공건설폐기물 무게조작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형 확정 시 1개월 간의 영업정지, 공공사업입찰 1년 제한 등 징계 받는다. 예비입찰엔 맥쿼리캐피탈, 스탠더드차터드PE, 동부건설 등 세 곳이 응한 가운데 예비인수후보들은 추가적 위법 리스크 발생 여부, 영업정지가 현실화 됐을 때 수익성 약화의 정도 등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맥쿼리의 고전에 폐기물업체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PEF들 역시 인수 작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폐기물처리업체를 보유한 한 PEF는 진행 중이던 매출액 100억원대인 한 폐기물업체 인수 작업을 보류했다.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은 알짜 매물이라 여겼지만, 실사 결과 다수의 위법 영업 사항이 감지돼서다. 한 IB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인수 목전까지 갔다 무산된 영세 폐기물업체 거래가 최소 4~5건”이라며 “강화된 환경규제를 어겨가며 수익을 내온 영세업체 인수로 인한 후발 위험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20%대에 이르는 폐기물처리업의 높은 수익성의 원천으로 꼽힌 환경규제가 ‘양날의검’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환경규제 강화는 기업화된 폐기물처리업체의 인수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제시된다. 엄격해진 환경규제를 만족할 수 있는 기술력·자본력을 가진 업체와 그렇지 못한 영세업체 간 격차가 커지며 PEF들이 구축한 기업화된 종합폐기물업체의 수익 안정성을 높인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한편으로 강력한 규제가 투자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PE들이 폐기물처리업에 진출하며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상당수 업체들이 불법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지난 7월 환경부가 김포지역 내 대기배출사업장 78곳을 특별 단속한 결과, 대상 사업장의 60%에 달하는 47곳이 적발됐다. 이 가운덴 폐기물업체도 6곳 포함됐다. 이들 기업들은 폐기물처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소각시설을 불법 설치하거나,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운영하다 고발 및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세한 폐기물업체를 통합·기업화한 뒤 향후 국내외 대형 전략적 투자자(SI)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PEF들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소각장, 매립장 등 혐오시설의 허가 및 증설이 국가로부터 엄격히 통제되는 대표적 규제산업인 폐기물처리업은 사업확장을 위해선 M&A가 필수적이다. 영세 기업을 인수한 뒤 환경 규제에 맞춰 추가 투자를 하다보면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비용이 늘면 자연히 엑싯(투자회수)시점에서 희망 매각배수가 높아지며 매각 난이도도 높아지게 된다. 한 PEF관계자는 “기업화 정도가 낮은 산업의 구조개편 및 통합의 경우 인수자체만큼이나 인수 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높다”며 “환경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니만큼 얼마나 위법 리스크를 잘 관리하느냐가 PEF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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