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종부세 등 稅 혜택
올들어 33만6000여명 등록
'장기 임대' 8년 이상 거래 묶여
"2020년 초반까지 매물 실종"
[ 서기열/선한결 기자 ]
주택 임대사업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부동산시장에 ‘양날의 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세 대상에서 사실상 방치됐던 임대사업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임대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한 매물이 급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 등록이 늘어나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8년 장기 임대주택 증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총 8만819명, 임대주택 수는 19만9300채에 이른다. 국토부는 지난 7월에만 6914명이 임대사업자로 신규 등록해 작년 같은 달보다 52.4% 증가했다고 13일 발표했다.
7월 등록 임대사업자는 지역별로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2475명)과 경기(2466명)에서 총 4941명이 등록해 전국 신규 등록 사업자 가운데 71.5%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에서 서울 전체 신규 등록자의 28%(694명)가 나왔으며 강서(151명) 양천(138명) 마포(127명) 등이 많았다.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크게 늘어났다. 경기에서는 고양(301명) 시흥(296명) 수원(258명) 등에서 등록자가 많았다.
7월 한 달간 증가한 신규 등록 임대주택은 2만851채로 작년 동월 대비 28.2% 늘었다. 서울(7397가구), 경기(6659가구)에서 등록한 신규 임대아파트가 1만4056가구로 전국의 67.4%를 차지했다.
7월 신규 등록 임대주택 가운데 8년 이상 임대하는 주택(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1만2552채로 전월(1만851채)에 비해 15.7% 증가했다. 8년 이상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의 60.2%로 집계됐다. 지난 3월까지는 4년 이상 임대하는 단기일반 임대주택 비중이 더 높았지만 4월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 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자격이 8년 임대주택에만 적용되면서 8년 이상 임대주택 비중이 매월 60%를 웃돌고 있다.
◆임대주택 등록 더 늘어날 듯
임대주택 등록 증가세는 하반기에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홍목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구체적으로 담기면서 향후 8년 이상 임대사업자의 등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소득세는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혜택이 현행 50%에서 70%로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이 인상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오르지만 8년 이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않기 때문에 절세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내년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자에게도 임대소득세를 정상 과세하고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임대소득 2000만원인 경우 임대소득세를 연 84만원 내야 하지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연 7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건강보험료는 피부양자인 경우 임대사업자 미등록 시 연 154만원이 늘어나지만 등록하면 연 31만원 증가하는 데 그친다.
◆매물 잠기며 가격 상승 초래
임대주택 증가의 반대급부로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올 들어 임대주택으로 신규 등록한 주택(19만9300채)은 10만 채 규모인 성남 분당신도시를 2개 정도 합친 물량이다. 이 정도 물량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주택으로 묶이면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현동 E공인 관계자는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물이 없다”며 “매매 물건이 없으니 매도자 우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급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8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이 늘어난 영향으로 2020년대 초반까지 시장에 매매 물건이 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는 살아있는데 매물은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다주택자가 8년 임대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 조치를 다시 적용받고, 임대기간에 내지 않은 종부세를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물로 나오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가 적다 보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기열/선한결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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