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주류업체 보해양조가 올 상반기 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오너 3세인 임지선 대표의 경험 부족을 돕기 위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썼지만 줄어드는 소주 점유율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해양조는 올 상반기 8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약 13억원의 흑자를 달성했지만 2016년 상반기에 이어 올해 다시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향인 광주·전남지역에서의 '잎새주'(소주) 점유율 하락이다. 보해는 2000년대 중반 이 지역에서 70%를 넘는 압도적인 소주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10년여 만인 최근 하이트진로 '참이슬'에 밀려 50%대까지 내려왔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과거 광주·전남에서 소주는 곧 잎새주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희석됐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국 1등 소주인 참이슬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보해양조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377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었다. 주요 매출 품목인 잎새주 판매가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에도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시그니처 제품인 '복분자주'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복분자주는 최근 생산량 감소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억원 감소했다.
복분자의 주산지인 전북지역에서 올 들어 생산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최근 이상기후로 모종 주기가 7~8년에서 4~5년으로 줄어든 점, 생산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복분자주의 원재료인 복분자 열매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지고 있다"며 "재배 농가 역시 감소하면서 수매가도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분자주는 최근 출고가를 약 10% 인상했다. 보해양조의 복분자주는 국내 복분자주 시장에서 약 60~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는 기념주 '천년애'에 대규모 마케팅비를 쓴 것도 영업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에선 오너 3세이자 1986년생인 임지선 대표를 돕기 위해 지난해 사외이사로 들어온 유시민 전 장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창업주인 고 임광행 회장의 손녀인 임 대표는 2013년 영업총괄본부장으로 경영에 들어온 뒤 국내 첫 탄산주인 '부라더 소다' 등을 출시해 열풍을 이끌었다.
그러나 탄산주에 이은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데다 탄산주 인기마저 식는 등 어려움 속에 지난해 회사가 구조조정까지 겪으면서 회사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유시민 전 장관이 보해에 애정을 갖고 임 대표에 여러가지 경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석에서도 보해 제품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는 등 회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해가 최근 출시한 천년애에는 유시민 전 장관이 직접 술병에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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