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디지털 뱅크' 최강자로 떠오른 까닭

입력 2018-08-14 17:14  

이대훈 행장의 자신감
"다른 은행보다 1~2년 앞서"
2015년 핀테크지원단 가동
핀테크업체에 문호 열어
기술 함께 개발한 것이 주효

대대적 투자 지속
서울대와 빅데이터 협력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양성
"디지털 통한 신사업 발굴
새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



[ 정지은 기자 ] “다른 은행에 비해 디지털 경쟁력은 1~2년 앞서 있는 수준이다. 디지털 경쟁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계속 키워가겠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은행권에서 농협은행이 디지털 분야에서만큼은 1위라고 자신했다. 다른 은행들도 농협은행이 디지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한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도 농협은행 모델이 채택됐다. 이미지와 달리 농협은행이 이처럼 디지털 강자가 된 이유는 뭘까. 이 행장은 다른 은행보다 먼저 준비했고 핀테크(금융기술)업체에 문호를 활짝 개방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핀테크업체와 도움 주고받아

농협은행이 디지털 분야에 대대적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2015년 3월 금융계에선 처음으로 핀테크업체 지원 조직을 출범시켰다. 그해 11월엔 이 조직을 확대 개편해 서울 서대문구 본사 인근에 NH핀테크혁신센터를 열었다. 혁신 아이디어가 있는 핀테크업체라면 어느 곳이나 농협은행으로부터 사무공간, 투자유치 컨설팅을 받으며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는 농협은행이 다양한 핀테크업체와 교류하는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농업핀테크 혁신 서비스, 블록체인 사업화 개발 등이 이곳에서 추진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API(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를 핀테크업체에 공개해 핀테크업체들과 함께 기술을 개발한 게 다른 은행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후 디지털 사업에 본격 속도가 붙었다. 디지털 사업의 핵심인 빅데이터 부문에서도 짜임새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 10월 빅데이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범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7월 전담 조직인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했다. 단장으로는 외부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했다. 빅데이터전략단은 첫 과제로 지난 5월 빅데이터 플랫폼 ‘NH빅스퀘어’를 내놨다. 이 플랫폼에는 개인고객 2200만 명, 기업고객 370곳의 3년간 거래 데이터를 담았다. 카드 거래내역부터 콜센터 상담 이력 등 주요 정보를 한데 모았다. 개인 거래 및 성향 분석을 통한 추천 상품을 골라낼 수 있어 전국 각 지점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중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양성

일각에선 농협은행이 농협카드를 사업부로 둔 게 디지털 경쟁력을 빠르게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령대, 소득대별 결제 정보가 담긴 카드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게 농협은행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도 농협은행처럼 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신한카드에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데이터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양성하는 데 적극적이다. 제대로 알아야 전략을 세우고, 실제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봐서다. 이를 위해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과 연구협력을 맺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 토론도 활성화돼 있다. 농협은행 디지털전략부는 매주 금요일 퇴근시간 30분 전 주간 핀테크 이슈를 공유하는 ‘핀테크 스몰 토크’라는 스터디 모임을 한다. 이 모임에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동향, 다른 은행 동향, 핀테크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지난 3일 모임에는 이 행장이 간식을 들고 방문해 사기를 올려주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앞으로도 디지털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화된 ‘금융봇’ 등 신규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이 행장은 “디지털을 통한 금융경쟁력 확보와 신사업 발굴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격차를 더 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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