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소품사업 이어 건자재 진출
2020년 41조 인테리어시장 겨냥
백화점·홈쇼핑 등과 시너지
종합 인테리어산업 새 성장축
인테리어 업계 '최대 M&A'
수백억 가격차 좁히는 게 관건
[ 심성미 기자 ] 유통업계의 화두는 ‘나만의 제품을 통한 성장’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차별화된 제품이 없으면 성장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통회사들은 자체 상표(PB) 개발에 열을 올리고, 새로운 제품을 찾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최고경영자들은 해외로 뛰어다닌다. 과거 현대백화점이 리바트가구를, 신세계백화점이 까사미아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전체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인조대리석 1위인 건자재기업 한화L&C를 인수함으로써 종합 인테리어산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토털 인테리어업체’를 겨냥한 전략
현대백화점은 2012년 현대리바트를 인수했다. 당시 50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9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그룹이 갖추고 있는 판매망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리바트를 통해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뒤 인테리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2015년부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가구의 핵심인 부엌가구 브랜드 ‘리바트키친’의 판매망과 시공팀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이케아의 대항마’라 불리는 홈퍼니싱 소품 브랜드 윌리엄스소노마와 10년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서울 논현동과 광주광역시에 매장을 열었다. 이와 동시에 현대리바트를 중심으로 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건자재 유통계열사인 현대H&S를 흡수합병해 유통망을 일원화했다.
한화L&C 인수는 이 같은 ‘토털 인테리어사업’을 위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을 완성해줄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기존 가구, 소품 사업 외에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 건자재 사업도 함께할 수 있어 ‘종합 인테리어 업체’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백화점 및 홈쇼핑 같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면 한화L&C의 B2C 매출도 크게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인테리어 1위로
한화L&C는 2014년 한화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같은 해 약 3000억원에 모건스탠리에 인수됐다. 인조대리석 창호 바닥재 등 건축자재를 주로 생산하던 이 회사는 최근 벽지와 가구,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인테리어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주방 싱크대 상판에 주로 쓰이는 엔지니어드스톤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화L&C 인수를 마무리하면 현대리바트는 한샘을 제치고 가구·인테리어업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기준 업계 1위 한샘은 매출 1조9738억원을, 2위 현대리바트는 8831억원을 올렸다.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합병한 현대H&S의 매출(2016년 기준 5275억원)과 한화L&C(2017년 기준 1조636억원)를 합쳐 단순계산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인테리어·가구 관련 매출은 2조742억원으로 한샘을 훌쩍 넘어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19조4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20년 4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현대家 건자재 시장에서 맞붙나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눈여겨보는 또 다른 이유는 진입장벽이다. 국내 건자재 시장은 LG하우시스 KCC 한화L&C 3사가 과점하고 있다. 시설투자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기업들이 진입하는 게 쉽지 않다. 한샘조차 대부분 건자재는 외부에서 조달한다. 이 중 하나가 매물로 나온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L&C의 사업 구조가 현대가(家) 건자재 업체인 KCC와 비슷한 만큼 향후 건자재 시장에서 ‘집안 기업’끼리 맞붙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건 변수다. KCC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 정상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그룹 총괄 경영은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는 둘째 정몽익 사장,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 사장이 맡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집안 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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