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말복' 남편이 딸의 병아리를 잡아먹었어요

입력 2018-08-16 11:36   수정 2018-08-16 16:22



여름 무더위의 막바지라 할 수 있는 말복이다. 말복은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때를 이르는데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날에 맞춰 보양식을 먹으며 원기회복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양식도 좋다지만 복날을 맞아 초등학생 딸이 애지중지 기르는 병아리를 잡아먹은 아빠가 있어 화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딸이 키우던 병아리를 잡아먹었어요"란 제목으로 남편의 충격적인 행각을 고발한 A씨의 사연이 게재됐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A씨는 "어느 날 아이가 학교 앞에서 병아리 두 마리를 사 왔다. 남편은 못마땅해 했지만 요즘도 병아리 파는 사람이 있나 싶어 추억이 떠올랐고 아이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잘 키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어느날 한 마리가 죽어버렸고 아이는 펑펑 울었다.

A씨와 딸은 죽은 병아리를 묻어주고 남은 한 마리를 정성껏 키웠다.

병아리가 무럭무럭 자라 벼슬도 나고 깃털도 나고 제법 닭의 모습을 갖게 됐다.

이들 가족이 사는 집이 전원주택이라 닭을 키울 여건은 됐지만 남편은 "곧 있으면 닭이 울어서 이웃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시골집에 갖다 주거나 잡아 먹자"고 말했다.

A씨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결국 닭을 잡아 버렸다.

딸은 키우던 닭이 없어지자 또 울음을 터뜨렸다.

동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딸에게만큼은 지극정성이었던 남편은 "병아리가 너무 커져서 우리집 보다 넓은 집에 사는 친구에게 보냈다"면서 거짓으로 위로했다.

정을 주며 키워 온 닭을 함부로 잡은 사실에 충격받은 A씨를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남편이 스스로 만든 백숙을 딸과 나눠 먹었다는 것.

A씨는 백숙의 재료가 된 닭의 정체를 알기 때문에 먹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딸은 의심 없이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어차피 닭은 먹기 위해 키우는 것이다. 아이에게 상처도 주지 않았고 맛있게 먹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A씨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그 일을 함구했지만 남편에게 많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마트 가면 생닭 한 마리에 오천 원도 안 하는데 먹고 싶으면 그거나 사서 먹지 애가 키우던 걸 잡아먹나. 진짜 잔인하다", "아이가 아직 어릴지 몰라도 좀 크면 자기 닭 없어진 날에 닭백숙 나온 거 다 기억해낼 것이다", "잡아 먹는 거랑 잡아서 딸에게 먹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 닭이야 나도 먹는 거니깐 잡아먹을 순 있지만 그걸 애한테 먹이다니 정신과 상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수탉은 울면 문제가 생길 순 있지만 직전까진 잘 키우는게 맞는다고 보는데 참 인정머리 없다", "언제크나 침 흘리며 기다렸다는 것이 더 소름돋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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