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정치부 기자) 테슬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입니다. 요즘 비상장사로의 전환 얘기로 시끄럽습니다만, 앨론 머스크라는 야심만만하고 창의력 넘치는 사업가는 테슬라를 통해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기술(오토 파일럿), 효율적인 태양광 에너지의 생산, 우주여행의 대중화 등이 이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들입니다.
테슬라의 탄생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그 중 군(軍)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선 군대라는 조직은 보수적이고, 변하지 않는 기관의 대명사지만 미국에서 군대, 특히 국방부는 민간의 혁신을 자극하고 후원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의 수많은 자율주행 기업들이 활용하는 오토파일럿 기술도 미 국방부에서 비롯됐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DARPA(미국방고등연구계획국, 이하 달파)라는 국방부 산하 기관이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달파가 주최하는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라는 대회가 있는데, 여기에서 100% 무인로봇 자동차가 탄생했습니다. 카네기멜론대를 비롯해 미국 유수의 대학 연구팀이 이 대회에 참가해 아이디어와 기술 경연을 벌였고, 여기에서 축적된 기술이 결국 민간의 창의를 자극한 겁니다.
나무위키에 설명돼 있는 달파의 설립 이념을 보면 미국의 군 조직이 얼마나 창의적인 지를 알 수 있습니다.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일단 우리가 최초로 하고 보자”, 이것이 달파의 ‘모토’라는 겁니다. 이곳에선 이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DARPA가 건드린 사업이 3년 내에 실용화된다면 그것은 실패한 사업이다. DARPA는 절대로 구현 불가능할 것 같은 기술에 손을 대야 한다”. 달파의 연구원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하나 같이 ‘정신나간 듯한 것’이라는 게 미국에서 통용되는 달파에 대한 평가입니다.
16일 국방부와 과학기술정통부,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과학기술 기반 미래국방 발전전략’이란 자료를 냈습니다. 첨단 국방기술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위한 것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곁들였습니다. 저출산 등 사회변화로 병력 규모가 감소할 수 밖에 없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변화의 영향으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미래국방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핵심은 20조원 규모의 국가 R&D(연구·개발)의 성과를 국방기술로 전파하자는 겁니다. 개별적으로 추진돼어 온 국가 R&D와 국방 R&D 간 칸막이를 제거해 국방기술의 혁신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미래선도 분야와 중점적으로 협력해야 할 영역을 선정하고, 민군 기술개발 역량을 연결할 실무조직을 만들 예정입니다. 예컨데 기존 산학연 연구조직과 국방 분야를 연결하는 허브로서 미래국방 연구협력센터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요소 기술군별로 전문성 있는 출연연구기관과 대학도 지정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 분야와 국방 분야가 협력해 중장기 기술로드맵도 만든다고 하니 기대가 클 것 같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군대는 이미 혁신과 창의로 중무장한 기관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이스라엘이 전세계 정보산업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도 군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우리처럼 의무 징집을 실시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선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상당량을 군에 투입, 전세계를 이끌만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뒤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민과 군의 칸막이를 허물어 국방기술을 개발한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군과 국방부가 민간을 앞설 수 있을 만큼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 민간에 의존하는데 만족해서는 선진 강군을 만들기 어렵을 것 같습니다. (끝) /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