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커튼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용기

입력 2018-08-16 19:01  

자신의 노력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면
그것을 용기 있게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경재 <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 >



‘커튼콜’은 공연이 모두 끝난 뒤, 무대 위의 출연자들에게 관객들이 갈채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공연을 위해 애쓰고 노력한 시간의 결과에 대해 출연자들을 무대로 다시 불러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보답해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마친 배우들이 다시 무대를 밟을 때 쏟아지는 관객의 호응은 배우들에게 긴장감과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무대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연출가 선생님은 커튼콜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은 무대에 출연하지 않는 연출가이기 때문에 모습을 드러낸 출연자들이 박수를 모두 받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과거 어느 공연에서 연출가로서 커튼콜에 나섰을 때 관객들에게 야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커튼콜에 불편함을 조금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생님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성격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하는 필자 역시 공연 후에 커튼콜을 하는 것이 여간 어색하지 않다.

한번은 연출한 오페라 작품의 첫 공연이 잘 올라갔고, 이어지는 공연 역시 순항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관람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커튼콜을 통해 연출가의 모습을 보고 박수를 보내려고 했는데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는 것이었다. 출연자뿐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데 함께 고생한 무대미술, 조명, 의상, 분장, 그리고 예술 스태프 등 많은 인력의 마음을 담아 대표로 연출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쑥스러움과 겸양 뒤에 숨어 무대로 나서지 않는 필자에게 깨우침을 주는 고마운 편지였다. 이 덕분에 커튼콜에 나서는 용기를 발휘하게 됐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는 유년 시절, 자신의 음악을 지도해주던 마이어 선생님이 ‘꼬마 음악 작곡가’라는 작품을 발표하는 콘서트에 가수로 발탁됐다. 당시 도니체티는 변성기를 지나고 있어서 가수로 나서기란 쉬운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린 음악가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이 확고했는지 도니체티는 다섯 명의 등장인물 중 ‘꼬마 작곡가’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섰다. 당시 그의 극중 대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 나의 아리아로 나는 세계적 찬사를 받을 거야. 최대한 점잖은 태도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면 신문에 평판이 날 거야. 나는 불멸의 음악가가 되리란 것을 알고 있어!” 고작 열두 살에 자신의 포부를 미래의 커튼콜을 준비하며 밝히는 그의 당찬 모습이 아른거린다. 도니체티가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불멸의 작곡가가 된 것은 박수를 받을 용기 있는 태도가 내재된 인물이어서가 아닐까.

우리는 자신의 무대를 살면서 다양한 박수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령 학교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칭찬받을 때, 열심히 일한 결과에 격려를 받을 때, 생일에 친구나 가족들이 보내는 축하를 받을 때 등 많은 사람이 보내는 박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난 시간과 행동에 대해 찬사받는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무대와 지난 노력에 대한 시간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면 그것을 용기 있게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도니체티처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정도가 아니라도 자신의 소소한 미래를 반짝거리게 할 수 있도록 삶의 동력이 되는 주변 사람들의 박수에 반응해 보면 좋겠다. 특히나 무더운 올여름을 잘 견뎌내고 있는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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