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셀카 안성 중고차 경매 현장가보니…
트럭부터 그랜저까지 하루에 1400여대 경매
영화관 같은 실내서 스크린에 매물 뜨자 매매상들 입찰 경쟁
[ 박종관 기자 ]
지난 15일 오전 AJ셀카 안성 중고차 경매장. 건물 뒤편에 마련된 주차장에 대국이 끝난 바둑판에 흰돌과 검은돌이 가득 차 있듯 경매를 기다리는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눈대중으로 얼추 세어 봐도 1000대는 넘어 보였다. 이날 경매에 나온 차량은 총 1454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랜저와 아반떼부터 포터 1t 트럭과 스타렉스까지 없는 차가 없었다. 중고차 매매상은 내리쬐는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본격적인 입찰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 치열한 눈치싸움은 이미 시작된 듯했다.
◆긴장감 넘치는 ‘투트랙 경매’
“A레인 204번 쏘나타 입찰 시작합니다.” 입찰에 들어간 차량 사진이 왼쪽 스크린에 떠올랐다. 연식과 최초 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도 함께 나타났다. 중고차 경매장의 분위기는 제철 과일이나 갓 잡은 오징어를 낙찰받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전통시장 경매장과는 달랐다. 영화관처럼 깔끔한 실내에 앉아 스크린에 떠오르는 매물을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생동감이 생각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던 찰나, ‘띵동’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작 가격 600만원에서 시작한 2012년식 쏘나타의 가격은 ‘띵동’ 소리가 날 때마다 5만원씩 올라갔다. 눈 깜짝할 새 700만원을 넘어간 쏘나타의 최종 낙찰 가격은 850만원.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250만원이 올라갔다. ‘낙찰’을 알리는 신호가 화면에 뜨자 한쪽에서는 기쁨의 박수가, 다른 쪽에서는 아쉬움의 탄식 소리가 나왔다.
“B레인 207번 뉴 모닝 입찰 시작합니다.” 쏘나타의 낙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른쪽 스크린에서는 뉴 모닝의 입찰이 시작됐다.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던 한 매매상은 ‘207번 뉴 모닝’이라는 소리에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고 입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매물이 나오자 매매상들은 눈빛을 바꾸고 경매에 집중했다. ‘띵동’ 소리가 몇 차례 지나갔을까. 시작 가격과 큰 차이 없는 가격에 뉴 모닝이 낙찰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매장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매매상들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져 갔다.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하얀색 종이에는 관심 차종의 경매 번호와 시작 가격, 특이사항, 그리고 최대로 부를 수 있는 가격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로 확장 이전
AJ셀카는 지난해 10월 경기 용인시에 있던 중고차 경매장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연면적 6만9421㎡로 국내에 있는 단일 경매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규모가 커진 만큼 거래 대수와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7만여 대 수준이던 거래 대수는 올해 11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1분기(1~3월)에만 2만7304대가 거래됐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30% 늘어난 5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중고차 경매장의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경매장을 직접 찾는 매매상 수가 크게 줄었다. 온라인 입찰 시스템을 잘 갖춰놔 굳이 경매장을 찾지 않아도 손에 든 휴대폰으로 어디서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진수 AJ셀카 사장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매매상들이 AJ셀카가 중개하는 매물을 직접 보지 않고도 입찰에 응할 만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AJ셀카는 성능 평가사 11명을 직접 고용해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공정하게 등급을 세분화한다. 매매상들이 차량의 상태를 실제로 확인하지 않고 응찰한다는 것은 성능평가사의 안목을 믿는다는 의미다. 최진형 AJ셀카 성능평가사는 “매매상들의 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크다”며 “50여 가지 항목을 토대로 차량을 점검하고 객관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AJ셀카를 통해 차량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다. AJ셀카의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통해서다. 소비자가 전화나 온라인으로 중개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문 성능평가사가 원하는 장소로 방문해 차량 평가를 진행한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매를 관전할 수 있다. AJ셀카 관계자는 “중고차 딜러와 만나지 않고도 경매를 통해 최고가에 중고차를 처분할 수 있다”며 “차량 인수와 명의 이전 등 번거로운 작업도 대신 처리해준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중고차 경매 사업은 혼탁한 한국의 중고차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표백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경매를 통해 차량 성능과 상태에 따른 적정 가격이 공개되면서 중고차 시장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서 중고차 거래의 토대가 마련됐다”며 “중고차 시장의 성장은 물론 올바른 중고차 거래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성=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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