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민 기자 ]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배우는 게 재미있거든요. 연극을 했을 때 코미디를 한 적은 있지만 영상물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요.”
다음달 7일부터 방영하는 tvN 금요 드라마 ‘빅 포레스트’를 한창 촬영 중인 배우 최희서는 이렇게 말했다. ‘빅 포레스트’는 서울 대림동을 배경으로 몰락한 연예인 신동엽과 불쌍해 보이는 사채업자 정상훈, 조선족(중국 동포) 싱글맘 임청아가 좌충우돌하며 펼치는 블랙 코미디. 최희서는 임청아 역을 맡아 극 중 인물과 이름이 같은 개그맨 신동엽, 배우 정상훈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희서를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코미디 장르인 데다 옌볜 사투리까지 구사해야 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 ‘범죄도시’ ‘미스트리스’ 등에서 배우들을 지도한 선생님에게 사투리를 배웠어요. 직접 대림동 식당가를 찾아가 일하는 분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요. 조선족의 생활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지속적으로 찾아봤습니다.”
최희서는 국내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다. 영화 ‘동주’와 ‘박열’로 부일영화상,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대종상에서는 최초로 신인 여우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받았다. 2005년 데뷔해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연기 내공을 쌓아온 결과다. 그는 “상이 부담스럽다기보다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잘하라는 일종의 ‘당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해도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어요. 작품마다 아쉬움이 남죠. 촬영이 끝나면 피곤해서 잠을 잘 잘 것 같지만 후회 때문에 잠을 설칩니다. 저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연기하는 편이에요. 좀 편하게 하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도 있을 텐데 잘 안 됩니다.”
주로 묵직하고 진지한 작품을 해오다 왜 ‘빅 포레스트’ 같은 코미디를 골랐을까. 그는 “연기의 최고봉은 코미디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송강호 선배는 비극과 희극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든다. ‘사도’라는 무거운 작품도 코믹하게 풀었다.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희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6~10일 서울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레지스탕스영화제’ 준비에도 발 벗고 나섰다. 저항정신이 깃든 영화 ‘동주’ ‘박열’에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바쁜 가운데서도 영화제 포스터와 트레일러 촬영에 참여하는 등 힘을 보탰다. 그는 “임시정부 수립은 3·1독립운동으로 이룬 큰 성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제”라고 설명했다. 레지스탕스영화제에선 반제국주의적 성격의 국내외 영화가 상영되고 사진전도 열린다. 그도 저항적인 성격일까.
“출연한 작품들이나 맡았던 배역 때문에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사회·정치적인 것보다 환경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보다는 연기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더 크고요. 배우니까 연기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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