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7일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결과 김 지사에 대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피고인의 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모 관계였는지부터 법정에서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영장실질심사 판사의 판단이다.
김 지사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허 특검팀은 사실상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오는 25일 수사 종료를 앞두고 있어 영장 재청구는 어려운 만큼 다음 주 내로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김 지사 기각으로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 구속이 불발로 그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일 여지가 줄었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최순실 특검’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전례도 있다.
특검이 김 지사를 불구속 기소할 경우 공소장에 공직선거법 혐의를 추가할지도 관심사다.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는 공직선거법 혐의가 빠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활용한 드루킹 일당의 작업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해 일련의 댓글 조작 과정을 쭉 알고 있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여기까지는 댓글 조작 혐의(업무방해죄)의 공범에 해당한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의 댓글 작업을 통해 지난 6·13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이를 대가로 인사청탁을 들어주려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공직선거법 혐의가 공소장에 추가될 수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는 사실상 큰 성과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며 “고(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수사가 좌초됐고 주요 피의자가 관련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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