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별세…전세계 애도 물결 "위대한 지도자 잃었다"

입력 2018-08-19 09:50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0세.

스위스에 본부를 둔 '코피 아난 재단'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족과 재단은 매우 슬프게도 아난 전 총장이 짧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린다"며 "그는 고통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다가가 깊은 연민으로 많은 사람을 어루만졌다"고 밝혔다.

아난 전 총장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대부분을 유엔에서 보낸 아난 전 총장은 처음으로 평직원에서 유엔 최고 수장에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공손하고 절제된 언행, 특유의 카리스마가 이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아프리카계 첫 유엔 사무총장이기도 했다.

그는 1938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가나 쿠마시에서 부족장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가나 과학기술대에 다니다 미국으로 넘어가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입성한 뒤 나이로비 제네바 카이로 뉴욕 등의 유엔 기구에서 일선 행정 경험을 쌓았다. 유엔에 들어간 지 35년 만인 1997년 1월 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제7대 유엔 사무총장에 올라 유엔 개혁,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확산 방지, 빈곤 퇴치, 아프리카 내전 등 지역 분쟁 중재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02년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해 2006년 말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아난 전 총장은 재임 시절인 2001년 100주년을 맞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아난 전 총장이 처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만큼 한국과도 인연이 적지 않다. 아난 전 총장은 1998년 제4회 서울평화상을 받았고, 당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북한 방문을 희망했으나 실현되지는 못했고, 2001년 유엔 총회의장 비서실장이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그의 별세 소식을 깊은 슬픔으로 접했다"면서 "그는 (세상을) 선(善)으로 이끄는 힘이었고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를 좋은 친구이자 멘토라고 부르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애도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그는 품위와 우아함의 완벽한 본보기였다"며 "전혀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로 가득한 현 세계에서 그를 잃어버린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그는 한 사람이 위대한 인도주의자이자 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유엔과 세계는 한 명의 거인을 잃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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