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영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不)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남편은 음료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던 2014년 6월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인근 공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공단이 '사망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이 낮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남편은 자살 전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자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공단은 회사 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으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등으로 경제적 압박이 심해져서 자살하게 됐다고 봤다.
이에 A씨는 "남편이 당한 사기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A씨의 남편은 발견되기 4일 전 200만원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이는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거래처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 사비를 동원하거나 대부업체,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업무 관련 압박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로 유발·악화된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근로자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때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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