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 손사래치는 자리 5년간 이끌어… 박용만 商議회장 '소통 리더십' 빛났다

입력 2018-08-20 17:51   수정 2018-08-21 09:24

총대 메고 정부에 규제개혁 촉구
남북 경협 기반 다지기도 나서



[ 박상용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21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21일 손경식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으면서 회장직을 시작했다. 2015년 3월25일 만장일치로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올 3월 제23대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상의 회장직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월급은 물론 판공비나 개인 차량도 지원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들이 손사래를 치는 자리다.

박 회장의 역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돋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기를 겪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여권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면서 대한상의가 재계 대표 단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대표 자격으로 매번 참여하고 정부와 청와대, 여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경제정책을 논의하는 등 정·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규제 혁파’에 방점을 두고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취임 후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해 20여 차례 정부에 제출했고, 각종 발표회와 토론회에서 10여 차례 규제개혁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와 올해에 집중됐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제주포럼’에서는 “그렇게 절박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효과가 없어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꼬집으며 정치권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적 편중’과 ‘이념적 대립’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박 회장은 “상공인들이 사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특정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국가·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이 양극화 해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데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남북관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콘퍼런스를 열어 재계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냈다. 5월에는 산하에 민간 싱크탱크인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곳에서 남북 경협 문제를 연구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한상의는 국제상업회의소(ICC)를 통해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교류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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