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스위스는 금융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나라다. 그런데도 두 나라 모두 핀테크 분야에선 새로운 시도를 전면 허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규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파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다수 의원이 공감했다고도 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핀테크 확산을 목격하고 놀란 것과 대동소이하다. 문 대통령도 “작은 가게에서까지 핀테크를 활용하는 중국의 변화한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며 최근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이제 의원들이 할 일도 문 대통령처럼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혁신 현장에서 본 대로, 느낀 대로 입법에 나서면 된다. 몇 발짝 늦은 만큼 더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창의와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은행들은 은행법에 따라 금융권에서 가장 센 건전성 및 여수신 규제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私)금고화’를 걱정하며 은산분리를 만고불변의 진리라 고집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세계 핀테크 시장은 210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한국은 자칭 타칭 ‘IT강국’이지만 겹겹 규제 탓에 중국에도 크게 뒤진 상태다.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가상화폐 공개(ICO)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탈규제에 나섰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귀국 이틀 만인 20일 추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 절대 반대’라며 좌파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면서도 출장길에서 확인한 선진국의 핀테크 정책에서 뭐가 잘못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 없었다. 선명성 경쟁으로 이번에도 누더기 법안이 나온다면 ‘혁신 성장’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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