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광역시장
동북아 해양수도 새 판 짠다
"문현금융단지·센텀시티 연계
북항, 4차 산업혁명 거점 개발
복합리조트는 조성하더라도
내국인 카지노는 허용 안할 것
오페라하우스 건립도 재검토
車·조선·기계산업 혁신 지원
부산 이전기관 네트워크 가동
부산경제에 새 활력 불어넣겠다"
[ 김태현 기자 ]
6·13 지방선거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60.2%의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큰 관심 속에 치러졌다. 새로 선출된 민선 제7기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자유한국당이 장기 집권했던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단체장들이 더불어민주당 주자로 바뀌면서 정책의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일 임기를 시작해 50여 일 동안 행정의 터전을 잡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는 단체장들이 4년간 이끌어갈 시정과 도정을 릴레이 인터뷰로 들어본다.
민선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23년 만에 보수 텃밭을 갈아엎은 오거돈 부산시장(70)은 20일 “북항지역의 재개발 그림을 제대로 그려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북방정책에 시동이 걸리고 신남방정책도 활기를 띠면서 부산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며 “부산을 항만과 철도, 공항이 어우러지고 시민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부산은 연간 컨테이너 처리 실적에서 세계 5~6위를 오르내리는 세계적인 항만도시지만 일반 시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지 않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항만재개발 지역인 북항을 도심과 연결해 해양과 금융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해 추락한 부산 경제와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되살리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당선되자마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및 2030 부산등록엑스포 개최 장소, 내국인 출입금지 복합리조트 조성, 김해신공항 문제가 과거의 시정과 달라서다. 부산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핵심사업인 만큼 전문가 및 시민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늦더라도 천천히 확실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떤 시정을 펼칠지를 오 시장에게 들어봤다.
▶동북아시아 해양수도 부산의 핵심 지역인 북항 일대를 어떤 형태로 만들어갈 것인지요.
“도시와 항만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북항을 제대로 개발해야 합니다. 지난달 25일 현장을 방문해 현안과 북항재개발 사업의 연계 방안을 모색했죠. 북항을 해양신산업 거점으로 개발해 ‘스마트 마린시티’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북항 일대를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할 것입니다. 북항과 문현금융단지,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를 묶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해양거점으로 마련하겠습니다. 북항에 건설을 추진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와 ‘2030 부산등록엑스포’ 개최 장소를 확정하는 문제도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산 상공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북항의 복합리조트 건립에 변화는 없습니까.
“복합리조트는 1조원 이상 드는 대규모 투자로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북항에 복합리조트 투자 의향과 관심을 보인 해외 기업이 있고,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상공계도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정부와 협의해 북항지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겠습니다. 다만 시민 정서와 도시의 품격을 고려해 내국인의 입장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는 현재로선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서부산권이 아닌 북항을 ‘2030 등록엑스포’ 개최 장소로 생각하나요.
“2030 엑스포는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엑스포로 중요합니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시나리오를 짜고 있고, 조만간 구상안을 내놓을 것입니다. 대형 사업인 만큼 엑스포 개최가 원도심 활성화와 도심재생 등 부산 전체에 미칠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서부산권의 맥도와 북항 가운데 어느 곳이 더 적당한 장소인지 검토 중입니다. 시간과 사업비, 외부 변수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습니다.”
▶해양과 항공, 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복합물류체계 구축이 부산의 살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해양의 심장 도시인 부산은 항만 단일 운송체계를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70년 만에 남북한 평화시대가 열리면서 세계적 물류도시로 발돋움할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항만과 철도, 공항을 연계하는 체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동해선과 경전선 복선전철사업, 부산·광주 고속화철도 조기 완료, 부산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신북방 실크로드 조성 등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정부가 확정해 용역 마무리 단계인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신공항을 추진할 계획인가요.
“신공항 건설의 원칙은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이어야 합니다. 김해신공항은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김해신공항 결정 과정에 중대한 흠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과 울산, 경남이 변화된 국제정세와 김해신공항의 성격, 국내 비상시 대체공항의 필요성을 감안해 함께 문제를 풀어가겠습니다.”
▶부산 경제가 좀처럼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책은 있습니까.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부산의 일자리와 경제 문제를 냉정히 보면 힘겹고, 미래 성장동력도 부족합니다. 전통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기계산업에 혁신의 날개를 달아주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부산형 국가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해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해 산업생태계도 육성할 것입니다. 문현지구에는 금융과 에너지를, 센텀지구에는 디지털콘텐츠를, 동삼지역에는 해양과 조선을 집중화할 생각입니다.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겠습니다.”
▶부산의 성장동력원으로 자리잡은 공공 연구·지원 기관 활용도 필요합니다.
“금융과 해양조선, 영화·영상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으로 전문가가 많습니다. 그동안 지역과 이전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지 못했고, 이전 기관끼리도 네트워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해양과학기술 클러스터(STEM 빌리지)를 구축하고, 해양과학기술 클러스터혁신센터를 설립해 해양산업의 헤드타워로 만들 계획입니다. 연간 부산에서 배출되는 2만여 명의 해양 인재를 공공기관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선발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7월5일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한국 해운의 재건을 이뤄내겠습니다.”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을 모토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까.
“공직에 있던 14년 전에는 시가 계획을 세우고 시민을 이끌어가는 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시민과 민간에서 정책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시가 뒷받침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시민·소통·행복·안전’을 반영한 ‘시민이 행복한 부산 만들기’가 시정 철학의 대원칙입니다. 지난 시정에서 발생한 부산국제영화제와 해수담수화 수돗물 논란 등은 시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시민공론화위원회, 시민원탁회의, 시민청원제 운영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작은 삶을 살피겠습니다. 예산과 인사, 조직, 정책 분야 기획부터 집행, 평가까지 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산의 협치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똑부러진 업무처리… '작은 거인'으로 불려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 사나이’다. 일 추진력 하나만은 부산시 공무원 시절에 딱 부러진다고 평가를 받으면서 ‘덩샤오핑’을 빗댄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을 서울에서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부산에서 평생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부산에서 세 번의 아픔을 겪었다. 2004년과 2006년, 2014년 세 차례 부산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한국해양대, 동명대 총장을 지내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양대 총장 때는 세계해양대연맹 의장으로 해양대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4년 이후 행정가 오거돈에서 정치인 오거돈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이던 그는 네 차례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허남식 전 시장과 두 차례, 서병수 전 시장과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마침내 네 번 만에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55.2%를 얻어 대망을 성취했다.
23년 만에 지방권력 교체라는 대업을 달성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침체에 빠진 부산 경제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시민들은 갖고 있다. 부산 철강산업의 대표주자인 대한제강 창업주 오우영 회장(작고)의 10남 중 넷째로 태어났다. 가족 기업인 대한제강의 대주주이기도 한 오 시장은 그동안 수많은 기업인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부산 도약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48년 부산 출생
△1967년 경남고등학교 졸업
△1971년 서울대 철학과 졸업
△197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2000년 부산광역시 정무부시장
△2001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2003년 부산광역시 시장 권한대행
△2005년 해양수산부 장관
△2008년 한국해양대 총장
△2012년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2016년 동명대 총장△2018년 7월~현재 제37대 부산시장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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