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 기자 ] 세계 반도체산업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불리는 일본 반도체장비 제조업계에 ‘찬바람’이 불 조짐이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반도체 생산장비 공급도 지연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6월 이후로만 12.55%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크린홀딩스는 18.25% 급락했다. 어드밴티스트도 5.16% 빠졌다. 신문은 “세계 반도체산업을 견인했던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줄일 의사를 드러내면서 반도체 호황도 끝나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는 ‘반도체 빅3’로 불리며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의 50% 이상을 구입하고 있다. 이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제품생산용 기기 구입을 미루면서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업계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사장은 “주요 업체 신제품 양산이 3~6개월 지연되면서 장비 수급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인텔은 회로선 폭 10나노미터의 첨단 중앙처리장치(CPU) 양산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19년 후반이 될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인텔은 올 4월에도 해당 제품 양산 시기를 올 후반에서 내년 초로 늦췄다. 회로선 폭을 극도로 줄이는 미세화 기술 개발이 지연되면서 양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제품 양산 시기가 늦춰지면서 관련 생산장비 공급 시기도 연달아 지연되는 분위기다.
대만 TSMC는 지난달 19일 결산 발표에서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15억달러(약 1조6759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매년 10조원 이상 투자하며 삼성전자와 인텔을 추격하던 TSMC가 설비투자 감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TSMC도 차세대 제품 양산 지연이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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