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훈 기자 ] 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하루하루 바나나(2980원)’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바나나를 고를 때 드는 걱정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잘 익은 노란 바나나 송이를 사고 싶지만 “모두 먹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2~3일만 지나도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해 결국 1~2개를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포장에 바나나 6개를 담은 하루하루 바나나는 진한 연두색에서 노란색까지 색깔이 조금씩 모두 다르다.
시사주간지 타임 등 외신에서 ‘한국의 특별한 상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상품 개발을 주도한 이진표 이마트 수입과일 바이어(사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바나나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보관’이나 ‘보관팁’일 정도”라며 “바나나가 빨리 익는 여름철에도 소비자들이 매일 맛있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나나가 잘 팔리는 봄, 겨울과 달리 수박이 나오는 여름과 국산 제철과일이 수확되는 가을은 바나나 비수기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송이 바나나는 필리핀이나 에콰도르 등 남미에서 수입된 뒤 물류창고에서 5일 정도 후숙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이때 창고의 습도와 온도를 맞추고 에틸렌 가스로 채우면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색으로 맛있게 익어간다.
이와 달리 하루하루 바나나는 신세계푸드의 물류창고에서 2, 3, 5일로 각각 후숙 기간이 다른 바나나를 꺼내 개별 포장한다. 색깔이 모두 다른 이유다. 익은 정도가 다른 6개 바나나가 담겨 있어 소비자들이 매일 잘 익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
하루하루 바나나의 생산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 바이어는 “수작업으로 포장하다 보니 하루 2000개 정도가 생산돼 점포에 진열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점포가 144개인 만큼 점포당 물량은 10~20개에 불과하다. 그는 “포장을 플라스틱이 아니라 종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교체할 계획”이라며 “생산 과정의 효율을 높여 물량을 더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은 정도가 다른 바나나를 하나의 포장에 담아 판매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이마트가 처음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늘 강조하는 ‘세상에 없는 상품과 서비스’가 작은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셈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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