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은 최저임금일까 아닐까. 법원 판결로 본 최저임금의 모순

입력 2018-08-23 10:24  



(백승현 경제부 기자) “피고(고용노동부)가 법원의 주류적인 견해와 다른 입장에 서서 최저임금의 월 하한선이 157만3770원으로 결정되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사회적 혼선을 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해석 내지 행정지침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 구체적인 권리·의무 법률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에 원고(소상공인)의 소를 각하한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이 최저임금 고시 관련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내놓은 판결문의 요지입니다.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소상공인 4명이 “고용노동부가 2018년도 최저임금을 결정 고시하면서 시급 외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환산액’을 병기한 것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승패를 가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송 ‘깜’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고용부는 기다렸다는 듯 판결 직후 “합리적 법리에 기초한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판결 직전만해도 승소할지 패소할지 조마조마하던 터였지요. 그도 그럴 것이 법원 판결을 며칠 앞두고 ‘월급·주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시급 산정에는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도 합산해 계산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줬더라면 그간의 행정해석이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시행령 개정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행정법원의 각하 결정은 고용부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요. 고용부가 ‘환호’했듯이 겉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날 법원 판결에는 보이지 않는 함의가 적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우선 고용부의 최저임금 행정에 관한 지적입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좌지우지하는 부처인 동시에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단속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의 요지는 고용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와 단속할 때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용부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이라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 조절 호소에는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근거하는 법률이 각각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으로 각기 다른 별개의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반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최저임금법 규정상 주휴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포함해 범법 여부를 가립니다. 임금의 명목이 무엇이든간에 사업주가 지급하지 않을 경우 처벌되는 것이라면 결정할 때와 단속할 때의 기준이 같아야하지 않을까요? 고용부가 법조문에 뒤에 숨어 ‘이현령비현령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유급휴일의 ‘근로시간’ 처리 여부에 대한 고용부의 논리는 한발 더 나갑니다. 월급·주급제 근로자의 경우 한달치 임금에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주휴수당이 들어가있으니 법에서 강제하고 있는 주휴일은 물론 토요일이나 공휴일도 ‘유급’으로 처리하기로 한 경우라면 마땅히 가상시급을 계산할 때는 분모에 해당 시간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인즉슨 맞습니다. 법정이든 노사 간의 약정이든간에 근로시간을 포함해 유급으로 처리하기로 한 시간이 100시간이고 월급여가 100만원이라면 가상시급은 1만원이 돼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 계산방식이 통상임금이 아닌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최저임금을 정할 때는 주휴수당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인상률을 정하면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고 최저임금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고용부의 계산방법에 대해 ‘잘못된 산식’이라고 일관된 판결(2007년 1월, 2017년 11월, 2017년 12월, 2018년 6월)을 내리고 있습니다. 고용부의 논리대로 월급제 근로자의 주휴수당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어서 ‘비교대상임금’에는 포함되지만,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주휴시간 등은 노사가 정한 근로시간이 아니므로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고용부는 이와 관련 ‘대법원이 법조문을 물리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시행령을 고치면 대법원이 따라올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법조계에서는 고용부가 대법원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시행령 문구에 집착한 결과가 아니라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감안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죠.

서울행정법원은 일단 이번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헌법상 고유권한인 명령·규칙 통제권을 통해 시행령 효력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향후 유사 소송에서 법원이 과연 고용부의 ‘권고’대로 기존 판결을 뒤집을지, 대법 판례를 따르면서 고용부의 시행령을 무력화시킬지 궁금합니다. (끝)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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