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전체 희망퇴직 받는건 처음
통상임금 30개월치 위로금으로
김대표 "실적부진 책임지고 사임"
1220명은 무급휴업…노조 반발
'조선 빅3' 구조조정 칼바람
삼성重, 연내 2000여명 감축해야
대우조선도 3분기 실적 고려해
희망퇴직 실시 여부 검토
[ 김보형 기자 ] 45개월째 수주 실적이 전무한 탓에 지난 21일부터 조업을 중단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2000여 명의 유휴인력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업본부 인력 전체가 희망퇴직 대상이 된 것은 1973년 현대중공업 창립 이후 처음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자구적 구조조정안에 따라 연말까지 각각 2000여 명과 1000여 명을 더 줄여야 한다. 조선업계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망퇴직에 무급휴업까지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대표(부사장)는 23일 담화문을 내고 “생존을 위한 특별조치로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진행 중인 나스르 플랜트(원유 시추 설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희망퇴직은 해양사업본부 소속 5년차 이상 전 직원이 대상이다. 잔여 근무기간과 근속기간에 따라 통상임금의 최대 30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현대중공업 희망퇴직은 조선업황 침체가 시작된 2015년 이후 네 번째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별도로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해양사업본부 근로자 122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업을 실시하겠다는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서’도 제출했다.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9개월간 연차수당이나 휴가비 등을 제외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산노동위는 한 달 이내에 심판위원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희망퇴직에 반발한 노조는 오는 27∼29일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는 “노사가 해양 유휴인력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인데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원유와 가스 생산·시추 설비 등 해양플랜트를 제작해온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는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에 밀려 2014년 11월 따낸 UAE 나스르 플랜트를 끝으로 추가 수주에 실패했다. 당장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설계 기간만 1년 이상 걸리는 해양플랜트 특성상 재가동도 쉽지 않은 상태다.
‘빅3’ 유휴인력 5000명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올 들어서만 12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줄였다. 감소 인원은 현대중공업이 659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중공업(303명)과 대우조선해양(266명)이 뒤를 이었다. 상반기 대우조선해양 총 직원 수는 9960명으로, 2003년 2분기 이후 15년 만에 1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해양플랜트 수주 호조 속에 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3분기(1만3670명)와 비교해서는 3700여 명 급감했다.
조선업계 인력 구조조정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연말까지 최대 2000여 명을 줄여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에 무급 순환휴직 도입안을 제시한 상태다.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끝에 회생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도 1000여 명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 3분기 이후 실적과 수주 여건을 따져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사업본부에서만 2000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한 현대중공업을 합쳐 조선 빅3에서만 최대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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