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3법'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무과실 손해배상'

입력 2018-08-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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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융합법 등 임시국회 처리 앞두고 여야 이견 팽팽

與 "사업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어디서 보상받나"

野 "혁신의지 꺾는 독소조항
규제 문턱 되레 높이는 것"

'2년간 임시허가 조항'도 논란
과방위 첫날 심사서 이견만 확인

여야 '사업자가 입증' 절충 가능성



[ 하헌형/박종필 기자 ] 여야가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 샌드박스 3법’을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무과실 손해배상책임’ 조항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과실책임은 사업자가 제공한 서비스와 제품 때문에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고의·과실 유무를 떠나 사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무과실책임 조항을 법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혁신 의지를 꺾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 무과실책임 조항 두고 이견 팽팽

규제 샌드박스 3법은 신산업이나 지역별 전략산업에 대한 규제를 ‘포지티브(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 방식에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 산업융합 촉진법(이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등 3개 법안이다. 신규 기술·서비스 허가를 위한 법령이 없는 경우에도 심의를 거쳐 사업자에게 임시 허가를 내주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이들 법안의 일부 또는 전부 개정안을 발의, 이달 국회 처리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여야는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푸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발의한 세 법안에는 무과실책임과 2년간만 임시 허가(1회 연장 가능)를 내주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가 있는 데 반해 야당 법안엔 이 조항들이 모두 빠져 있다. 산업중기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과실이 없다고 해서 사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피해자는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야당 측 법안을 내놓은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잘못도 없는데 배상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어떤 사업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겠느냐”며 “무과실책임 조항은 오히려 규제 문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자가 과실 입증’ 절충안 나오나

여야는 우선 지역특구법을 이달 3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나머지 두 법안도 이달 임시국회 회기에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에서는 세 법안에 무과실책임 조항 대신 과실책임 조항을 넣고 과실 유무를 사업자가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과방위 소속 한 한국당 의원은 “회사가 고의·과실이 없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절충안에 여야가 합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시 허가의 유효 기간을 2년(연장 시 총 4년)으로 두는 것에 대해선 야당도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안에 따르면 임시 허가 기간이 끝날 때까지 해당 제품과 서비스 허가에 관한 법령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사업자는 관련 사업을 더 할 수 없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선 ‘새 기술이 나온 뒤 4년이 지나면 이미 낡은 기술이 돼 특례를 부여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과방위는 23일 법안심사소위 첫 회의를 열어 정보통신융합법 여야안을 놓고 2시간가량 심사했다. 하지만 법안에 적힌 용어가 서로 달라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은 “무과실책임 조항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까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중기위는 다음주 첫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지역특구법과 산업융합법을 심사할 예정이다.

하헌형/박종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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