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2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또 거부했다. SEC는 그동안 자산운용사 프로셰어스, 디렉시온, 그라나이트셰어스 등의 ETF 상품 승인 요청을 가격 조작 이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받아들이지 않았다.
SEC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비트코인이 사기에 이용되기 쉬우며 가격 조작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프로셰어스 등이 제출한 9건의 ETF 승인 요청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 상품이다.
SEC는 “거래소가 사기와 조작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비트코인 선물 시장은 상당한 규모이기 때문에 사기 방지에 실패하면 매우 치명적인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또는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적 가치를 지녔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TF 허가 여부를 두고 비트코인 시세는 요동쳤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코인당 630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던 비트코인 시세는 SEC 발표를 앞둔 22일 오전 1시 6809달러까지 치솟았다. 한 시간 만에 5% 이상 급등한 뒤 66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그러나 불허 소식이 전해지자 6400달러 선으로 더 내려갔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ETF 승인 가능성을 둘러싸고 등락을 반복해왔다. 지난 13일 SEC가 ETF 승인을 연기하면서 떨어졌다가 17일 크리스 콘캐넌 CBOE 회장이 “이번에는 증권당국이 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자 다시 올랐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승인이 연기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비트코인 시세는 하루 만에 6% 하락해 9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관련 업계는 그동안 승인하지 않은 SEC가 갑자기 이를 허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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