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코드 /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424쪽 / 1만4800원
[ 서화동 기자 ]
밑면 한 변의 길이가 약 230m, 높이가 약 146m에 달하는 이집트 기자의 대(大)피라미드. 기원전 2세기께 비잔틴 출신 수학자 필론은 바빌론의 관개시설 ‘공중정원’,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등과 함께 대피라미드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았다. 처음부터 불가사의는 아니었다. 헬레니즘 시대에 지식인들의 여행 붐을 타고 처음에는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뜻에서 인간이 만든 위대한 건축물 리스트를 여행안내서에 수록했다. 일종의 ‘머스트 고’였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피라미드는 가장 오래됐으면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물이다.
피라미드에 고대 이집트의 놀라운 지식이 담겨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지구의 크기나 태양계에 관한 지식, 심지어 인류의 미래에 관한 예언까지 피라미드 안에 암호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피라미드는 그런 비전(秘傳)의 지식을 담고 있는 보고라고 이들은 믿는다. 역사·인문학 위주로 이집트학을 연구한 주류 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피라미디오트(Piramidiot), 즉 ‘피라미드 바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바보들의 대열에는 유명한 과학자가 수두룩하다. 《신의 지문》의 저자로 유명한 그레이엄 핸콕, 19세기의 대표적 고고학자이자 고대 이집트학 선구자인 플린더스 페트리, 근대 과학혁명의 선구자 아이작 뉴턴까지도 피라미디오트였다. 여기에 한국인 과학자도 가세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KAIST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다. 맹 교수는 2006년 세종대왕 특허기술상을 받았고, 2006~2007년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스후즈후에도 등재된 저명한 과학자다.
맹 교수는 《피라미드 코드》에서 “기자 대피라미드 정도의 규모와 정밀도로 건축을 할 만한 문명이라면 미적분학과 위상기하학, 천문학, 측지학, 토목건축학 등 사실상 근대문명이 개척한 수학과 과학, 공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당한 지식을 축적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처음부터 그들이 기자 대피라미드에 지구 크기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반영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책 전반에 걸쳐 당시 이집트의 기술과학 수준이 기존 역사학의 연구 수준이나 일반적인 상식을 어떻게 뛰어넘는지 공학도의 시각에서 상세히 논증을 시도한다.
책은 18세기 말에 이뤄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이야기로 시작해 전반부의 상당 부분을 지리상 발견 시대의 지도와 항해 관련 미스터리에 할애한다. 여기에 적용된 지리학 천문학 등의 당시 첨단 지식이 기자 대피라미드에 적용된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이집트로 대거 유학을 갔던 까닭도 기원전 5000년 이전부터 내려온 이집트의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고대 이집트 문명은 처음부터 문자를 사용했고 완벽한 숫자와 연산체계를 가졌으며 고도의 직조술을 갖췄다고 한다. 수정을 정밀 가공해 확대경으로 사용했고 강철보다 단단한 석재로 만든 돌항아리는 당시의 첨단 가공기술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문명저술가 알베르토 카르피체치의 말처럼 “고대 이집트 문명은 시작부터 성숙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대피라미드 건축가들은 지구 전체 크기를 알고 그 크기로부터 피라미드를 설계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논증한다. 예를 들면 현재 사용하는 미터법은 1799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행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파리를 지나는 사분자오선의 1000만분의 1을 기본단위로 정해 그 길이를 정밀 측량하는 데 성공해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확정했다. 그런데 사분자오선을 기본 길이 단위로 한 미터법 아이디어가 4500년 전 이집트에 알려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인공위성 측량으로 정확히 결정한 지구의 사분자오선 평균 길이는 10,000,958m다. 이 값의 1000만분의 1은 1.0001m다. 따라서 대피라미드를 건축할 때 기본단위로 썼던 ‘왕의 빗’이 극과 적도를 잇는 자오선 길이의 1000만분의 1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에서 그 원주 길이의 12분의 1이라면 그 값은 0.5237m가 된다. 이는 오늘날 연구자들이 왕의 큐빗 값으로 동의하는 숫자라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대피라미드의 불가사의함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100쪽 이상의 방대한 참고문헌이 말해주듯이 저자는 그런 불가사의함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한걸음씩 다가선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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