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코인 등급' 매긴 마틴 와이스 "가상화폐 제도권 진입하려면 스탠더드 세팅 필요"

입력 2018-08-24 15:39   수정 2018-11-05 17:04

'첫 가상화폐 신용평가' 주목… 4개 지표 잣대로
"시장 혼란 방지, 객관성 확보 위해 코인 평가해"




미국 신용평가사 와이스 레이팅스는 올 초 처음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신용등급을 평가해 주목받았다.

“암호화폐 시장이 혼란스럽잖아요. 신뢰도 낮고요. 데이터, 특히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한 탓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대표인 마틴 D. 와이스(사진)는 지난 23일 ‘블록페스타 2018’이 열린 서울 강남구 무역전시관(SETEC)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암호화폐 평가를 시작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첫 평가에서 와이스 레이팅스는 비트코인에 C+, 이더리움과 이오스에는 B등급을 줬다. ‘와이스 크립토커런시 레이팅스’로 명명한 암호화폐 평가시스템의 코인 등급은 매주 업데이트된다.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 와이스 레이팅스는 △위험(risk) △보상(reward) △기술(technology) △채택(adoption) 4개 지표에 자체개발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적용, 종합등급을 매겼다. 와이스 대표는 “위험·보상지표는 주식 평가와 유사하지만 암호화폐 평가에선 기존의 자산(capital)·수익(earnings)지표 대신 기술·채택지표를 보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 암호화폐 등급을 평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정보가 매우 편향적이다. 특정 코인을 홍보하거나 아니면 비방하거나.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일종의 진공(vacuum) 상태가 됐다. 혼탁한 경쟁 상태인 암호화폐 시장이 객관성을 찾아가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는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와이스 레이팅스의 평가는 공정한가.

“1971년부터 47년간 시장의 객관성, 성숙함, 안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한다. 5가지 중요 원칙을 세웠는데 그 첫 번째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이스 레이팅스는 100개 내외 평가대상 코인에게 단 한 푼(one penny)도 받지 않았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다.”

- 코인을 어떤 평가지표와 항목, 비중으로 평가하는지 알려달라.

“크게 4가지 평가지표를 활용한다. 첫째, 위험모델.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잃을 확률을 측정한다. 둘째, 보상모델. 반대로 투자해 얻을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는 거다. 이 두 모델은 기존 주식시장과도 별 차이 없다. 셋째, 기술모델. 각 코인의 프로토콜 등이 갖는 장단점을 본다. 넷째, 채택모델. 현실적으로 얼마나 투자자들 선택을 받았느냐가 평가기준이다.”

- 기존과 다른 나머지 두 지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기술지표와 채택지표를 완전히 별개로 평가할 수는 없다. 기술력이 우수해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니까. 채택지표는, 한마디로 현실(real world)이다. 몇 명이나 사용하는지, 거래(transaction)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따위가 반영된다. 대중적 평판(reputation)이라 할 수도 있다.”

- 4개 지표 점수를 합산해 총점을 내는지.

“합산 총점으로 등급을 매기지는 않는다. 자체개발한 수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유기적으로 평가 결과를 도출한다. 단순한 평균이나 확률모델을 적용한 건 아니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채택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술지표 점수가 낮아 총점 C+를 줬다.”

- 비트코인에 기술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나.

“기술지표의 하위요소인 지속성과 확장성이 중요하다. 우선 지속성을 결정짓는 통화정책 설계, 거버넌스 역량에서 비트코인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도 봤다. 코인이 시장의 다른 코인은 물론 기존 은행 등 주류 시스템과 쉽게 호환되는지가 핵심이다. ‘나 홀로 코인’은 살아남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보안에도 취약한 편이다.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코드가 얼마나 복잡한지, 채굴자 다변화 등 탈중앙화에 충실한지 등을 평가했다.”

- 그렇지만 대중성은 비트코인이 가장 높은데.

“가격과 거래량에서 가장 뛰어난 코인이다. 채택지표의 중요 하위요소인 전반적 네트워크 용량(network capacity)은 사실 대부분 코인이 최저 점수를 받았다. 우리가 평가할 때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본다. 이를테면 투기(speculation)를 포함한 단순 투자는 비트코인이 더 많다 해도 어떤 가치에 흥미를 갖고 투자하는 면에선 이오스가 더 높이 평가받는 식이다.”


물론 와이스 레이팅스의 평가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동일한 평가 결과도 배점 비중 조정만으로도 등급이 바뀔 수 있어서다. 관건은 나름의 근거를 갖춘 표준(standard)을 세우는 것. 와이스 대표는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진입하려면 ‘스탠더드 세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암호화폐 평가기관 타이틀이 반갑지만은 않다. 다른 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내놓아 와이스 레이팅스와 경쟁하며 깨끗한 시장을 만들어가면 좋겠다”고도 했다.

- 그간 와이스 레이팅스가 높이 평가한 코인의 수익률도 괜찮았는지.

“사용자 평균 수익률이 6% 정도다. 장기 투자를 한다면 와이스 레이팅스 평가 상위권의 코인에 투자해도 무방할 것이라 자신한다.”

- 미국 의회에 관련 백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떤 내용인가.

“백서에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에 관해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과 기준 등을 담으려 한다. 연내 상원에 전달할 것이다. 전통적 시장에서는 공개해야 하는 약속된 형식과 규준이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그게 아직 없다. 스탠더드 세팅이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 않겠나.”

- 거기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개발자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투자자에 선택권을 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 ‘포부’만 밝히는 수준이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백서(white paper) 내용 중간발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아이디어만 있고 실행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코인 발행도 신중히 판단했으면 한다. 굳이 암호화폐 공개(ICO) 없이도 블록체인 기술을 쓸 수 있는 곳이 많다. 기술력 자체가 좋다면 꼭 코인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도리어 걸림돌이 될 여지도 있다.”

- 투자자에도 조언 한 마디.

“5~10년 이상 길게 봐라. 암호화폐 시장에 단기 수익 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추측에 의한 투자, 심하게 말하면 도박이나 다름없다. 과도한 투자도 금물이다. 잃어도 상관없는 수준이 적절하다. 보통 보유 자산의 5% 이내 투자를 권한다.”

-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좋아질 거라고 보나.

“가장 투자하기 안 좋은 때는 모두가 코인에 흥분해 있을 때고, 반대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때는 시장이 비관적인 시기다. 시장이 침체기로 보이는데 사실 지금이 투자 적기다. 암호화폐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지수상장펀드(ETF) 승인을 거부했는데.

“예견됐다. 지금 워싱턴에서 암호화폐는 빅 이슈다. 미국 대선 개입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의 암호화폐 사용 정황이 드러나는 등 현재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는 걸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정치적 관점인데, 그보다는 데이터 토대로 당국을 이해시켜 스탠더드를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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