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회에서 법안 제정 공방
'스마트병원' 또다른 해법으로 거론
[ 조아란 기자 ] 수술실 내 폐쇄회로TV(CCTV) 의무화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2015년 버지니아주에서 대장 내시경 수술을 받은 한 남성 환자가 사전에 몰래 휴대폰 녹화 버튼을 누른 뒤 수술실에 들어갔고 그 덕분에 의료진이 환자를 조롱하고 상태를 오진하는 등의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해당 환자는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해 승소했고, 병원은 50만달러(약 5억6775만원)를 물어주게 됐다. 사건 이후 수술실 내 CCTV가 있다면 비슷한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는 여론이 커졌다.
그러나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각 주정부 차원에서 병원이 수술 장면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도록 하는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됐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의회 승인을 받지 못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수술실 내 CCTV 의무화 법안이 작년 12월 제출돼 올해 1월 관련 상임위원회에 공식 회부됐다. 하지만 위스콘신 메디컬학회 등 의료계 차원에서 입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로비 활동을 펴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계 측은 “진료실과 수술실은 의료진의 일터인데 모든 공간을 무차별적으로 녹화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부당한 사생활 침해 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수술실 블랙박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수술실 블랙박스는 캐나다 토론토 성미카엘병원에서 고안한 것으로 의료진 간 대화를 포함해 수술 기구의 움직임, 환자 혈압, 체온, 심박동수 등을 기록하는 장치다. 수술 후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일련의 과정을 복기하면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CCTV보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의 ‘스마트화’가 해법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진료예약부터 진료실 안내, 수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스마트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가 진료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의사 설명이 담긴 녹음 파일과 문진 시 보여준 이미지 파일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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