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소송은 어떻게?… 법원 판례는 시설물 소유자 책임 강화 추세

입력 2018-08-24 18:18   수정 2018-08-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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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설물 훼손으로 피해 발생했다면?
잘못 없어도 소유 점유만으로 과실 책임
관리 의무에 최선다했다는 점 입증해야
지자체 면책 가능성...책임 입증 어려워



태풍에 따른 시설물 훼손, 정전,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판례상 시설물 관리자의 책임이 강조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면책받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보험 가입자도 태풍 피해 보상 과정에서 불만이 생길 경우 ‘인재(人災)’ 여부를 따지기 위해 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윤정 김앤장 변호사는 “자연재해로 건물 구조물 간판 등이 파손돼 피해를 입으면 그 소유자나 점유자가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민법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를 야기한 시설물 소유자나 점유자가 아무런 잘못을 안 했더라도 태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2016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부산 사하구 한 복도식 아파트 창문이 떨어져 자동차를 파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아파트 측은 태풍 등 불가항력적인 재해에 따른 피해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태풍에 대비하지 않았고 아파트 창문 보존상 하자가 있었다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태풍 안내방송에도 차량을 옮기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차주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눠서 지도록 했다.

일부 판례에선 시설물 제작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크레인이 붕괴되자 피해를 입은 부두운영업체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크레인 제작사 한진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천재지변이라며 면책을 주장한 대우건설과 한진중공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사와 제작이 허술했다며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자연재해는 국가와 지자체 등이 책임질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이에 따른 사고 시 면책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나 개별 기업은 설령 약관에 ‘자연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이 빠져 있더라도 법원에선 면책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2003년 태풍 ‘매미’, 2016년 ‘차바’ 영향으로 정전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은 한국전력을 상대로 잇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불가항력에 따라 배상책임이 없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011년 우면산 산사태는 당시 서초구가 제때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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