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1년여 투병…향년 81세
전쟁영웅서 美 '정계 큰 어른'으로
트럼프 "깊은 연민과 존경 전해"
한국 자주 찾은 대표적 '지한파'
문 대통령 "한미동맹 굳은 지지자"
[ 김형규/손성태 기자 ]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뇌종양 투병 끝에 25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1세.
매케인 의원실은 이날 “60년간 미국을 위해 일한 매케인 의원이 애리조나주 히든밸리의 자택에서 부인 신디 매케인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매케인 의원은 그해 말부터 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했으나 차도를 보지 못했다.
매케인 의원은 1936년 미국령 파나마 운하의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태어났다. 군인 집안 출신으로 22년간 미 해군에 복무하며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5년5개월간 포로 생활을 했다. 당시 월맹군은 고인이 해군 사령관의 아들임을 알고 협상용 카드로 조기 석방을 제안했으나 그는 “앞서 붙잡힌 포로들보다 먼저 풀려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 일화가 알려지면서 ‘전쟁 영웅’으로 대중에게 유명해졌다. 그는 “수감 시절 나의 조국과 사랑에 빠졌다”며 “나는 스스로가 아닌 국가의 것”이라고 회고했다.
퇴역 후 고인은 1982년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재선에 성공했고 1986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내리 6선을 지냈다. 그는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거친 돌발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개성이 강한 사람을 뜻하는 ‘매버릭’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좌, 우를 넘나들며 때로는 민주당원들과도 타협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인은 2000년부터 미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당선과 인연이 없었다. 그해 당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고 2008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15년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으나 후보로 뽑히지 못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생전 그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최고의 애국자를 잃었다”며 잇따라 조의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매케인 상원의원은 자유를 향한 미국의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며 “강인한 정신으로 병을 이겨내리라 믿었지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고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은 한·미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작년 워싱턴DC 방문 때 방미 지지결의안을 주도했고 미 상원의원과의 면담도 이끌어줬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김형규/손성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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