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에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라는 복지 구호가 있었다면 스웨덴에는 ‘국민의 가정(folkhem)’이란 기치가 있었다. ‘정부가 모두에게 안락한 가정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였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이 슬로건으로 1932년부터 1976년까지 44년간 장기집권했다. 스웨덴 복지가 영국보다 낫다는 의미에서 ‘태내(胎內)에서 천국까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덴마크 사회민주당을 비롯해 유럽의 좌파 정당들에 미친 영향도 컸다.
복지국가 논쟁이라도 벌어지면 빠지지 않는 것이 스웨덴 복지다. 높은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한 고(高)담세율, 특히 누가 세금을 더 낼 것인가는 언제나 쉽게 풀리지 않는 논란거리다. 이 나라의 전설적 팝그룹 아바가 70%의 소득세율 때문에 이민을 택했다는 소식을 기억하는 국내의 5060세대 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은 최근에도 계속 늘어 44.1%(2016년)에 달한다. 세금 외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합친 것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 국민부담률이다. 넓은 의미의 세금이라 해도 무방할 텐데, 우리도 슬금슬금 올라 지난해에는 26.9%로 사상 최고치가 됐다. 우리와 비교해보면 스웨덴의 복지부담 실상이 실감난다. 물론 한국에는 세금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준조세 부담금도 많고, TV수신료나 종량제 쓰레기봉투처럼 ‘숨어 있는 세금’이 적지 않다. 우리도 최소한 ‘저부담 저복지’ 국가는 아니란 얘기다.
9월 총선거를 2주 앞둔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스웨덴의 변화’가 보인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복지 스웨덴’을 주도한 사회민주당 지지율이 창당 99년 만에 가장 낮다고 한다. 7개 정당 가운데 그래도 1위지만, 4년 전 31%에서 25%로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의 이유가 흥미롭다. “나는 1주일에 닷새 일하는데, 누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사회민주당은 그런 이들을 돕는다.” 유권자들은 고령화가 계속돼도 복지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스웨덴만의 고민은 아니겠지만, 밀려든 난민도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인구 1000만 국가에 최근 5년에만 중동 등지에서 60만 명이 유입됐으니 이들에게 나가는 돈도 부담이 되는 것이다. 강력한 우파 스웨덴민주당이 2위에 오른 것도 사민당 이탈자들 덕일 것이다.
복지천국 스웨덴의 ‘복지 피로감’이다. 효과적 전달체계, 누수 방지, 세대 간 갈등 예방도 숙제지만 복지 정책에서 ‘지속 가능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을 마무리하는 막바지 예산철이다. 내년도 복지 예산은 또 얼마나 늘어날까. 내년에는 또 어떤 복지 프로그램이 새로 선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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