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통계는 정부 정책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1인 가구는 ‘홀몸 노인’ 등이 많아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1인 가구 포함 시 올 1분기 1분위(소득 최하위 20%) 가구 소득감소율은 당초 알려진 8.0%에서 11.5%로 높아진다. 반면 5분위(최상위 20%)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9.3%에서 9.9%로 더 커진다. ‘빈익빈 부익부’ 진행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는 소득 양극화 해소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통계청은 집계를 시작한 1960년대부터의 관행이라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2·3대가 모여 살던 시대의 작성 기준을 21세기에도 고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세계적으로도 가계소득 통계는 1인 가구를 포함하는 게 표준이다. OECD도 한국 등 회원 국들에 1인 가구를 포함한 통계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비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엉터리 통계가 방치되고, 이를 정치적으로 오·남용하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 부문 통계다. 한국의 공공 부문 고용 비중은 7.6%로, OECD 평균(21.3%)보다 훨씬 낮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만 공공기관 비정규직, 비영리기관 직원, 사립학교 교원, 군인 등을 누락한 결과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국가 부채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국가 부채비율(D2)은 45%로 양호한 편이지만 자산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인 공기업들이 빠진 수치라는 점에서 통계 보완이 시급하다. 수자원공사, LH 등 정부 발주사업을 떠맡은 공기업의 거대한 부실을 일부라도 반영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밖에도 소비자 물가, 노인빈곤율, 생산가능인구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통계는 넘친다.
부실 통계는 사회 실상을 오독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정책 처방을 그르쳐 국가적 낭비와 재앙으로 이어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권력의 내밀한 작용을 정당화하는 도구로도 악용된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시대에 뒤처진 통계를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국가적 불행을 자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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