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靑·與 "경제정책 기조 변화 없다
대기업 중심 과거 정책으로 돌아가잔 말이냐"
野 "독선과 아집…소득성장 3인방 해임하라"
전문가들 "고용·분배 악화는 최저임금 급등 탓"
[ 김우섭 기자 ]
“다시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입니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의 경제지표는 소득주도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책 기조를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 사이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에 대한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를 일축하고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뜻이다.
◆과거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장 실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와 소득주도성장의 인과 관계가 크지 않다는 설명에 할애했다. 모든 지표 악화의 원인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비판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가계 소득을 높이고 생계비 등 지출 비용을 줄이며,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며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지표 부진은 성장 잠재력이 낮아진 탓이지 소득주도성장 기조의 문제가 아니란 의미다. 과거 정부와 같이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의사도 분명하게 밝혔다. 기업 소득과 기업 저축은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는 최근 크게 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장 실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21.2%) 가입 국가 중 1위”라며 “반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뒤에서 세 번째로 낮다”고 말했다. 한계치에 다다른 기업 투자 중심의 성장 방식보다는 소비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하루 전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정부 정책 기조가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방어막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청년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소득의 양극화 심화와 고령화 시대 속의 노후 빈곤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하 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신임 민주당 대표도 당장의 정책 기조 전환보다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통해 부작용을 메우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당대표 수락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고용 부진은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기보다 근본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소 추계로 재정 정책을 소극적으로 펴온 만큼 내년부턴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野, 청와대 ‘소주방’ 해임 촉구
당·청이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과 투자 절벽, 분배 악화 등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경직적 시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최저임금 차등화 등 정부가 고집을 내려놓을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이론은 임금 증가가 소비·수요 증가→생산·소득 증가→소비·수요 증가 등 선순환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실체가 없다”며 “임금이 증가하면 기업은 인건비 인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전체 노동 소득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야권도 “국민의 우려에도 정책 궤도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건 독선과 아집에 불과하다”며 ‘청와대 소주방(소득주도성장 3인방·장 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기조 변화 없이 재정 확대로 독선과 아집의 승부수를 날릴 때가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세금 중독 성장’이라고 규정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54조원을 쏟아붓고도 일자리 5000개에 저소득계층(하위 20%) 실질 임금은 작년 대비 9% 줄여놨다”고 말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경제 상황보다 문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현실 인식에 더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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