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원 이양 및 주민 자조노력 강조
국중호 < 日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지방 분권의 일환으로 국세 대(對) 지방세 비중을 현재의 약 80 대 20에서 60 대 40 정도로 높이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 중 하나였다. 일본은 이미 한국이 목표로 하는 60 대 40(2016년 결산 기준으로 60.5 대 39.5) 비중으로 돼 있다. 그 이면에는 지방으로의 세원 이양이 있다.
일본은 2007년부터 국세인 소득세를 줄이고 지방세인 주민세(한국의 지방소득세)를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또 사회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2014년 4월부터 소비세율을 인상(5%→8%)했다. 2019년 10월부터는 10%로 인상할 예정이다. 소비세율을 인상하면서 지방소비세 비율을 상대적으로 좀 더 높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정된 사회복지 실현을 위해 보육원유치원 대기아동 문제 해결과 아동수당 확충에 힘을 기울여 왔다. 재정 개혁의 효과라고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최근 들어 일본의 합계특수출생률(한국에서는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명에서 2017년 1.43명으로 늘어났다(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 2018년 1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출산율과는 반대 양상이다.
사회보장·복지 재원 문제는 ‘중앙-지방’ 양자 책임으로 귀착된다. 한국은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세와 같은 자주 재원보다는 중앙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쟁취’에 기울어져 있다는 인상이다. 그 바탕에는 정부 지도자 및 지역 대표자를 선출한 국민 또는 주민의 책임도 있다. 최근에는 공공선택론적 관점에서 정치가나 관료가 공익이 아니라 사익(私益)을 추구함으로써 초래되는 비효율 발생 문제가 곧잘 제기된다.
한국에선 재정지출(편익)에 관한 논의는 활발했지만 ‘증세(부담)’에 관한 국민적 인식은 확산되지 못했다.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증대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요인이 크다. 단지 그해 그해 중앙정부 부담(국고보조금) 증대를 통해 해결될 사안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 방식을 둘러싼 ‘이익유도형(pork-barrel) 재정 조정’ 방식은 중앙과 지방 간 그리고 중앙부처 간의 갈등을 크게 할 소지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재정책임 의식도 약화시킨다.
저성장 및 저출산 고령화의 전개와 함께 한국의 사회보장·복지 지출에서 국비 비중 증대를 통한 재원 조달은 향후 축소 균형,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증대가 모두 벽에 부딪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 사회보장·복지 지출에서는 국비 부담 비중이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방비 부담 비중이 높아져 왔다. 사회보장·복지 부담의 ‘국비/지방비’ 비율을 계산해 보면 1990년 5.0배에서 2015년 2.4배로 낮아져 지방비 부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후생노동성 자료). 그 배경에는 지방으로의 세원 이양도 있었지만, 지방의 자조 노력 및 주민 참여 유도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주요 시사점은 지방의 사회복지 확대 시에는 재원 마련을 함께 강구해야 함은 물론 지방의 재정 책임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책으로는 사회보장·복지 지출을 위한 소비세 재원의 목적세 방식 도입, 아동보육 및 교육 충실을 위한 노력,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는 최저생활보장제도 모색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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