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서로 사진만 보고 결혼… 일제강점기 '하와이 신부' 애환

입력 2018-08-27 17:24   수정 2018-08-28 13:58

연극 '운명', 다음달 7일 백성희장민호극장서 개막


[ 김희경 기자 ]
1910~1920년대 일제강점기, 민중 사이에선 ‘사진결혼’이 성행했다. 신랑과 신부의 사진만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다. 주로 하와이로 건너간 조선인 노동자들이 결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활용됐다. 조선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던 당시, 노동자들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기 위해 하와이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탕수수나 파인애플을 재배하거나 막노동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가난으로 쉽게 결혼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불만이 높아지자 농장주들이 중매쟁이를 통해 사진결혼을 시켜줬다. 당시 700명에 달하는 국내 여성들이 사진결혼을 통해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극단이 사진결혼을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의 애환을 그린 연극 ‘운명’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다음달 7~22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의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100여 년 전 한국 최초의 영화 극본, 대중소설을 집필한 작가 고(故) 윤백남 선생의 희곡 ‘운명’을 부활시킨 것이다. 그는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1920년 작품을 집필했으며 1921년 무대에서 초연했다. 국립극단의 근현대극 자문위원인 이상우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이 작품의 뛰어난 연극성은 근현대 연극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해방 이후 크게 재조명되지 않아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이화학당 출신인 박메리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양길삼의 사진만 보고 하와이로 건너간다. 중매쟁이는 양길삼을 훌륭한 인격과 부를 지닌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니 양길삼은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며 도박과 음주에 빠져 있다.

연출은 극단 죽죽의 대표 김낙형이 맡았다. 무대는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꾸민다. 박메리 역은 양서빈, 이수옥 역은 홍아론, 양길삼 역은 이종무가 맡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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