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대주주 경영권 제한
[ 김보형 기자 ]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상법 개정안도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법 개정안 요지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하나같이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중대표 소송제란 모회사의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회에 계류 중인 다중대표 소송제 관련 상법 개정안들은 자회사 지분 30% 또는 50%를 초과하는 모회사 주주(지분 1% 이상·상장사는 0.01%)가 자회사 경영 사항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계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송을 통해 경영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경영권 침해와 자회사 주주의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다중대표 소송 대상을 100% 자회사로 한정했다. 미국도 판례를 통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했을 때만 다중대표 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뽑는 제도다. 대주주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이렇게 되면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투기자본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회사 기밀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감사위원에 앉힐 수 있다. 주주가 보유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재산권 침해란 지적도 나온다. 해외 입법 사례도 없는 제도다.
새로 뽑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도 논란이다.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이사회에 진출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하려다 외국 투기 자본만 득세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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