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세종시 집값… '입주 폭탄'에 꺾였다

입력 2018-08-30 17:28  

8월 -0.21%…하락세 반전

거래 끊기고 투자자 발길 '뚝'

지난해·올해 3만여 가구 입주
내년 '비과세 매물' 홍수 예고



[ 전형진 기자 ]
“옆 동네 중개업소는 한 달에 한두 건 거래한다고요? 그렇게 많이요?”

30일 세종시 어진동 H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매 거래가 뚝 끊긴 지 오래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봄께부터 잦아들던 매수세가 이제 아예 사라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급매 가격으로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힘들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 얘기다.

◆8개월 만에 하락 전환

콧대 높던 세종시 집값이 꺾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이번주 -0.06%를 기록해 4주 연속 하락했다. 이달 누계로는 -0.21%를 나타내 8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함께 투기지역으로 묶인 15곳과 비교하면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불황 수준이다. 다른 지역들은 투기지역 지정 이후 되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세종시는 바닥을 기었다. 올 1~8월 0.9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2.09%) 한 달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투기지역 가운데선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달 실거래신고가 이뤄진 단지 대부분은 이전 거래 가격에 미치지 못했다. 새롬동 ‘새뜸마을4단지 캐슬앤파밀리에’ 전용면적 84㎡를 보면 지난 5월 저층이 4억12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엔 10층이 3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입주한 한솔동에선 ‘첫마을6단지 힐스테이트’ 전용 114㎡가 연중 최고가 대비 8000만원 정도 낮은 3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낮게 내놓은 매물들만 간헐적으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거래도 반 토막

거래는 끊긴 지 오래다. 점점 감소하던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달 253건이 이뤄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직전인 3월(542건)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D공인 관계자는 “매매 거래를 한 달에 한 건 하기도 힘들다”며 “비수기라 전·월세 거래도 적은 편이지만 그거라도 몇 개씩 하면서 근근이 먹고산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역 내 집값 양극화도 진행 중이다. 간선급행버스(BRT) 노선을 접하거나 금강변인 단지들은 조정을 거쳤더라도 전용 84㎡ 매매 가격이 여전히 4억원 중반~5억원대다. 2생활권 중심부인 새롬동과 다정동 일부 단지는 최고 6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곽인 1-1, 1-2, 1-3생활권 주변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 낙폭이 커지면서 줄줄이 3억원 선 밑으로 곤두박질 중이다. 고운동 ‘가락마을9단지 신동아파밀리에’ 전용 84㎡ 저층은 이달 2억7100만원에 실거래됐다.

◆연평균 1만 가구씩 입주

일선 중개업소들은 대규모 입주와 자족기능 부족, 정부 규제, 비수기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도담동 J공인 관계자는 “세종시는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중개업소를 제외하면 일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공급이 많아 전셋값이 매매 가격의 30~40% 수준으로 저렴하다 보니 대전이나 청주, 공주에서 싼 전셋집을 찾아 세종까지 흘러들어온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역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세종시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 가운데 외지인 비율은 올 1월 87%에 달했지만 점점 줄어들며 지난달엔 51%로 낮아졌다.

개발 2단계에 들어서 아직 남은 청사진이 많지만 당장 감수해야 할 불편도 적지 않은 게 세종시 단점으로 꼽힌다. 우선 백화점 등 지역 거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대형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교통망 부족에 대한 원성도 높다. 지하철 역할을 하는 BRT가 있지만 촘촘하지 않은 데다 택시도 적은 편이어서 너도나도 차를 갖고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거주민의 이야기다.

입주 물량을 보면 지난해 2분기가 7400여 가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입주한 1가구 1주택자들이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2년 보유 요건(8·2 대책 이후부터는 2년 거주)을 충족하는 시기가 내년 2분기다. 어진동 H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공급 부담까지 합쳐지면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며 “올해 그나마 매물 부담이 적은 건 2년 전인 2016년이 최근 몇 년 가운데 공급이 가장 적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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