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지연 기자 ]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시장 금융 위기가 다시금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외환위기 우려가 커진 아르헨티나는 2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500억달러를 조기 집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라화 가치가 또다시 폭락한 터키는 경제신뢰지수가 10년 내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34.20페소까지 떨어지며 이틀 연속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하루 동안 페소화 하락폭은 8%에 달해 2015년 12월 변동환율제가 적용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30일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60%로 올렸다. 지난 13일 연 45%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 약 2주 만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마우시리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방송 연설을 통해 “IMF에 올 6월 합의한 500억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을 서둘러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IMF는 6월 500억달러의 아르헨티나 구제금융을 결정하면서 150억달러는 즉시 지급했고 나머지 350억달러는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IMF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조기 구제자금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기 자금 확보 가능성에도 아르헨티나에 대한 시장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이번주 들어 보유 외환 5억달러를 매각하는 등 시장에 적극 개입했지만 페소화 가치 급락을 막지 못했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페소화는 20% 이상 떨어졌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대외부채가 249억달러에 달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도 달러당 6.4리라 선을 웃돌며 29일 하루 만에 3%가량 다시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라화가 이달 중순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7.2149리라를 향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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