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 오른 장관 '물갈이'… 靑 '국정 쇄신' 동력 얻을까

입력 2018-08-30 17:47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선

중폭 개각 특징

내각 여성비율 30% 육박
현역의원 수 5명에서 7명으로

서울·대전·순창·진주 등
지역별 안배 두드러져

국방·교육·고용노동부 등
부처업무 평가 낮은 곳 교체

이석수 前 특별감찰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깜짝' 발탁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5개 부처 수장을 교체하면서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날 중폭 수준의 개각을 하면서 던진 메시지는 ‘쇄신’이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청와대가 제안한 ‘협치내각’이 야당의 반발 등으로 무산되면서 ‘파격’ 대신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한 정치인과 관료 출신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집권 초반 높은 국정지지도를 바탕으로 사회개혁 작업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 시작하는 문재인 정부 2기에선 이런 개혁에 속도를 더욱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교육 국방 등 분위기 쇄신차원서 교체

이번 개각에서 가장 관심을 끈 국방부 장관은 결국 정경두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교체됐다. 송영무 장관은 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 파동 당시 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보고받고도 수사 지시를 내리지 않는 등 ‘뭉개기’ 논란이 불거지고, 잇단 설화까지 겹쳐 경질설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국면과 맞물린 남북군사협력의 지속성 등을 감안해 “이번엔 타이밍이 아니다”란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문 대통령은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이 구설에 올랐거나 부처 업무평가가 낮은 곳은 여지없이 물갈이됐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개각에 포함된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문책성’ 교체가 단행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싼 혼란으로, 고용부와 산업부는 각각 고용지표 악화와 혁신성장 성과 부족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여가부도 ‘미투 운동’ 등과 관련해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부와 산업부에 정통관료를 배치한 것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려면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진 정책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안배도 이번 인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갑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영남(경남 진주), 성윤모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충청(대전), 진선미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호남(전북 순창) 출신이다.

내각 여성 비율 30% 유지

이번 ‘2기 내각’ 인사로 17개 부처 장관 중 여성 장관 5명, 남성 장관 12명으로 1기 내각과 성비 비율은 같아졌다. 문 대통령이 ‘여성 장관 비율 30% 유지’ 원칙을 내세운 것이 두 여성 의원이 발탁된 배경으로 꼽힌다. 또 현역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100% 통과한다는 ‘불패 신화’도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성 후보자와 이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2개 부처 수장으로 현역 및 전직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아 경제정책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정무적 감각을 갖춘 정치인보다 행정 경험을 쌓은 정책통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차관급 인사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해 직권남용, 횡령 등 혐의로 수사의뢰했다가 불명예 퇴진한 경력이 있다.

이 실장의 ‘깜짝’ 발탁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이어 이전 정부에서 사실상 좌천을 당한 인사가 중용되는 일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왕정홍 감사원 사무총장이 신임 방위사업청장에 투입된 배경은 방위사업청의 자체 비리혁신 작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방산비리 척결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개각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중심·적소적재 개각을 환영한다”고 논평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관 몇 명 바꿔 정부의 실정을 가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경제정책의 전환을 위한 개각이 되지 못한 점은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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