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보이지 않는 손'의 흔적

입력 2018-08-30 17:51  

권영설 논설위원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데 있어 ‘큰 핑계’는 허망하다. 흔히들 경기 침체나 정부 규제를 탓하지만 그 어느 것도 변명거리가 못 된다. 직원 급여 날짜는 돌아오고 임대료 독촉도 계속된다. 차라리 ‘위기’를 선포하고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호들갑이 더 긴요하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대로 “행복한 집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할” 뿐이다. 기업은 망하지 않는 게 지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부지런히 고객을 찾아내야 한다. 보통의 경우 기업들은 고객을 더 찾기 위해 기존 고객에게 집중한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것을 만족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 시각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고객에게서 찾을 만한 새 시장의 단초는 아무것도 없다. 품질경영의 대가 에드워즈 데밍의 말대로 “고객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누가 에디슨에게 전구를 발명해 달라고 했던가” 말이다.

경기침체 핑계는 허망한 변명

상식적으로 봐도 기존 고객집단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객만족경영을 완성하더라도 고객은 늘어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경쟁사와 고객 빼앗기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가격으로 맞붙거나 부가 기능 추가 경쟁으로 변질돼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블루오션전략 가운데 혁신가들의 가슴을 격동시킨 핵심 키워드가 ‘비(非)고객’이다. 바로 우리 제품을 지금은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 밖에 있고, 우리를 별로 눈여겨 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비고객이 중요한 것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손’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비고객은 우리 제품이 자신의 원하는 가치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대안을 찾았기 때문에 우리 고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우리를 떠난 이유가 바로 신시장 개척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 제품을 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들이 대안으로 택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묻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들을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한 ‘보이지 않는 손’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非고객 움직임에 혁신 기회가

기존 방식대로 고객에게 집중해도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과 서비스를 찾아낼 수는 있다. 그런데 그 기능이 단순하거나 범용 서비스면 승부는 가격에서 날 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혁신 업체들은 고객들이 갈망하거나 정말로 목말라하는 결핍(want)을 찾아내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정도까지 나아간 기업은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좋아하는 단골들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객만족과 단골 만들기는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말로 혁신가들이 찾아야 할 것은 우리 고객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가치다. 보통 이것을 ‘인식되지 않은 욕구(unrecognized needs)’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고객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던 욕구를 찾아내고, 결국 그런 가치를 제공할 때 이 고객들은 우리의 ‘전도사’가 된다. 밤새워 애플 아이폰의 신제품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바로 이런 ‘종족’들이다. 그러나 고객들 스스로 알지 못하던 그 욕구를 찾아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블루오션전략은 비고객의 움직임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고 강조한다. 고객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에게 신시장을 찾아낼 수 있는 혁신 기회가 있는 것이다.

호황으로 세상에 좋은 물건이 넘쳐날 때가 아니라, 누구도 구매를 꺼리는 침체와 불황의 시대에 이런 기회는 더욱 많아지게 돼 있다. 어려운 시대라야 혁신이 빛을 본다.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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