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 제품의 미국 수출길에 다시 청신호가 켜지면서 철강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 중인 수입할당(쿼터)에 품목별로 예외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를 적용해 한도가 차면 해당 품목을 더는 수출할 수 없게 했었다.
31일 오후 1시55분 유가증권시장에서 부국철강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원(0.84%) 오른 2995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8.59% 큰 폭으로 뛴 데 이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동부제철도 오르는 중이다.
미국이 당초 우리나라에 허용하지 않았던 철강관세에 대한 품목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철강주에 호재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아르헨티나·브라질의 철강 쿼터 및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 쿼터에 대해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한국 등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의 쿼터 면제를 신청하면 미 상무부가 심사를 거쳐 승인할 수 있게 됐다. 면제 조건은 미국에서 충분한 양을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이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품목으로 제한된다.
외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요 수출국과 철강 관세 갈등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다만 한국은 관세 25%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년간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제품은 연평균 383만톤(t)이었지만 쿼터를 적용받으면서 올해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철강 제품 물량은 268만t으로 줄었다. 이미 쿼터를 채운 품목도 여럿이다. 따라서 이번 품목 예외 조치로 강관류 등 이미 쿼터를 채운 품목의 미국 수출길이 다시 넓어질 것으로 철강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철강기업이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강관류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강관류(201만t)는 전체 철강재(354만t)의 56.8%를 차지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의 유정관·송유관 수요 증가에도 수출 쿼터 제한으로 국내 강관사들의 하반기 수출 급감이 우려됐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산 강관 제품의 품목 제외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런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쿼터 완화 조치로 국내 강관업계는 발등의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수출에서 관세와 쿼터가 모두 면제된 철강제품의 세부 품목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며 "미국 내에서 충분한 양과 품질을 생산하지 못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품목은 강관류 기업"이라고 짚었다.
국내 강관기업 중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공급물량이 많은 세아제강, 넥스틸, 현대제철, 휴스틸, 일진제강, 아주베스틸, 금강공업, 동부제철, 넥스틸큐앤티, 대용 등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강관 제품 매출 비중이 큰 세아제강과 휴스틸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세아제강은 지난 6월 미국 상무부에 유정관에 대한 품목 제외를 신청한 바 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강관 수출을 나눠 보면 품목별로는 유정관 및 송유관 비중이 53%로 집중돼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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