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상품은 100세 시대의 투자대안으로 떠오른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다. 상반기 설정액 1조원 돌파란 경사를 맞은 TDF는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늘며 한층 인기를 끌고 있다. 31일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투자가 허용됐던 타깃데이트펀드(TDF) 비중을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향후 추가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아직 낯선 TDF…넌 누구냐
TDF는 국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한 퇴직연금 상품이다. 투자자가 은퇴 준비자금 마련 등 특정 목표시점(Target Date)을 설정한 펀드에 투자하면, 자산운용사가 기간별로 알아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올인원'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펀드가 설정한 '투자비중 경로(글라이드 패스)'에 따라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설정하고, 은퇴시점이 다가오면 자산 보존을 위해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인다.
TDF는 생애 자산배분 전략 유형에 따라 은퇴시점을 기준으로 '투(TO)형'과 '쓰루(Through)형'으로 나뉜다. 투형 상품은 은퇴시점에 자산배분이 안정형으로 완전히 전환되고 이후 거의 변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쓰루형은 주식비중이 완만하게 하락하고, 은퇴시점 이후에도 자산배분이 계속 변화한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 3월 기준 국내 '2045 TDF'의 은퇴시점 기준 주식비중은 투형의 경우 최저 2%에서 최고 38%, 쓰루형은 최저 33%에서 최고 55%로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TDF는 주로 운용하는 피(被)투자 펀드의 투자스타일에 따라 패시브(Passive)형과 액티브(Active)형으로 나뉜다. 국내 TDF는 액티브형 운용 비중이 높다. TDF 시장 점유율 상위사인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액티브 펀드 위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패시브형 TDF도 최근 세를 불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패시브형 TDF 상품을 선보인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TDF에 대해 저금리 시대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노후 대비 상품으로 매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TDF 시장은 성장 초기 국면이고 TDF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투자자들의 은퇴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생각보다 빨리 바뀌게 될 것"이라며 "TDF는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이 자동조절돼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품인 만큼 은퇴자산 관리의 어려움을 예전보다 훨씬 쉽게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DF는 본질적으로 혼합형을 취하고 있는 만큼 얼마나 하락 국면에서 선방하는지가 핵심"이라며 "안전자산의 비중이 많은 '2020 TDF'의 경우 하락장에서 무려 87%의 분기별 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고 밝혔다.
◆ 개화기 맞은 TDF…출시 상품은?
개화기를 맞은 한국 TDF 시장은 삼성자산·미래에셋자산·한국투자신탁 운용 등이 '3강 구도'를 구축한 상태다. 그러나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다수의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에 출시된 56개 TDF 상품의 전체 설정액은 1조1811억원으로 올해 들어 5453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 설정액이 4689억원으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략배분 TDF' 설정액이 1982억원, '자산배분 TDF'가 1087억원으로 총 설정액 306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알아서 펀드'가 2150억원으로 3개 자산운용사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또한 KB자산운용(설정액 1024억원), 한화자산운용(341억원), 신한BNP파리바운용(305억원), 키움투자운용(211억원) 등도 TDF 상품을 선보이며 초기 시장에서 세를 늘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다수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유수의 운용사와 제휴를 통해 자산배분전략을 채용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의 캐피탈그룹과 제휴를 맺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티로프라이스, KB자산운용은 뱅가드, 한화자산운용은 JP모간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BNP파리바은행 계열사인 멀티에셋솔루션(MAS)과 협력했다.
반면 2011년 선제적으로 TDF를 선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체적인 역량을 활용해 '전략배분'과 '자산배분' TDF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 장기투자하는 TDF…'합성총보수'에 주의해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TDF가 필연적으로 장기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인지 여부와 수수료와 보수 등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은퇴 자산은 장기 투자로 복리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만큼 연금 수령 시 1%포인트의 수수료 격차도 크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TDF는 다양한 펀드를 여러개 편입한 재간접펀드의 일종으로, 실제 펀드 구성 자산 특성과 운용방식에 따라 피투자펀드 비용을 합산한 '합성 총보수'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상위 4개사의 '2045 TDF' 합성 총보수를 비교한 결과, 퇴직연금 클래스(Cp) 기준 가장 낮은 펀드와 가장 비싼 펀드의 보수 차이는 0.61%포인트로 집계됐다. 합성총보수가 낮은 상품은 'KB온국민TDF 2045'와 '미래에셋자산배분TDF 2045'로 각각 연 1.27%, 연 1.37% 였다. 가장 높은 상품은 '한국투자TDF 2045'로 합성 총보수는 1.88%이었고, '삼성한국형TDF 2045'의 합성총보수는 1.64%였다.
김후정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가급적 수수료가 저렴해야 유리하다"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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