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서울 집값 급등 맞힌 애널리스트, "8·27 대책 영향은…"

입력 2018-09-02 08:00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 인터뷰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부동산업계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올 1월과 7월 집코노미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집값 급등을 정확하게 예측해서다. 1월에는 올해 집값이 1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로라하는 유력 연구기관들이 모두 1% 안팎의 상승을 예상했지만 그는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던 7월에도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교통 자연환경 교육 고소득직장 도시계획 등 5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을 갖춘 지역을 매입하라”고 조언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8·27 부동산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집코노미가 전국을 순회하느라 바쁜 이 애널리스트를 긴급 인터뷰했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뭔가.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소득증가다. 내년에도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 이주 수요가 하반기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발표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별 영향은 없을 것이다. 서울 집값이 오른 건 박 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발언 때문이 아니다. 새 아파트를 사고 싶은 열망과 소득증가때문이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결과 상위 20% 월평균 가계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어난 913만5000만원에 달했다. 서울 집값이 절대수치상 올랐지만 소득이 함께 올랐다면 소득 대비 부담률은 동일하다. 실제 2004년 이후 13년간 서울 주택의 적정가격은 연소득의 8배 언저리로 유지되고 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8년치 소득은 8억7648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8·27 대책에서 수도권에 30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신도시급으로 택지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3만 가구 정도는 돼야 서울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땅이 거의 없다. 고양시, 파주시, 인천 검단 정도가 가능하다. 일산보다도 서울 접근성이 더 떨어질 텐데 과연 그곳에 집을 지으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까. 고양시 일산 집값이 규제 때문에 못오르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덜 매력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신규 일자리와 새 아파트 공급을 함께 접목시키면 매력적인 주거지가 되지 않을까.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수원 영통에만 사는 게 아니다. 서울 주거를 포기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도에서 ‘매력적인 주거지’의 커트라인은 이미 나와있다. 판교 분당은 이미 입증됐고 이제 동탄까지 인기 주거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동탄 바로 옆에 있는 오산만 해도 완전히 다른 얘기다.”

▶정부는 향후 5년간(2018~2022년) 서울 신규 주택공급은 연평균 7만2000가구로, 신규 주택수요(5만5000가구)를 초과한다고 추정했다.

“서울의 올해 가구수는 379만 가구다. 이중 소득 상위 20%만 따져도 75만8000가구다. 그런데 서울의 아파트는 2016년 기준 164만가구다. 이중 새 아파트(2016년 기준 준공 4년 미만)는 15만가구에 불과하다. 15만가구로는 상위 소득자의 새아파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중고아파트를 합치더라도 상위 소득자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고소득자들이 선호하는 강남3구(33만5000가구)와 마·용·성(15만7000가구) 소재 아파트는 50만가구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신규공급 지역을 보면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제일 많다. 특정지역에 신규 공급이 몰려있는데 강남구 살던 사람이 강동구 새 아파트로 이사 가긴 쉽지 않다.”

▶8·27 대책에서 서울 동대문·종로·중·동작구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다. 시장에선 오히려 왜 올랐는지 이유를 살펴볼 것이다. 뒤늦게 호재에 눈을 뜬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분당 과천이 투기지역에 포함 안됐다고 해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어차피 스스로의 힘으로 오르는 지역들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안정세인데 매매가만 오르고 있다. 집값에 거품이 낀 게 아닌가.

“과연 하반기에도 서울 전세가격이 안정적일까. 아닐 것으로 본다. 올해 상반기 전세가격이 왜 빠졌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전세가격이 빠질만한 요인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전세가를 이끈게 이주수요다. 상반기엔 이주가 없었다. 하지만 하반기 강남3구의 재건축 이주수요만 1만3000가구에 달한다. 최근 강남3구 전세가격이 4주 연속 오른 이유다.”

▶강남 등 서울 핵심지역 전세가율이 50%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집값 조정 신호로 볼 수 있나.

“현재는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전세가율이 크게 의미가 없다. 전세가가 실제 주거비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국의 전세가가 세계적으로나 다른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너무 낮다고 본다. 10억원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5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월세로 환산하면 200만원이다. 매매가(10억원) 대비 월세(연 2400만원) 수익률이 연 2.4%에 불과하다. 세전 연 4~5% 수익률을 올리는 오피스텔 상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집주인들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세를 선호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임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올라갈 여지가 있는 셈이다.”

▶서울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 수요 열기가 경기도 인기주거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위험하다고 보나.

“아무런 이슈 없이 가격만 오른다면 위험하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는 지역을 보면 신안산선, 신분당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월곶판교선, 위례신사선, 구리선, 하남선, 김포도시철도 등 개발 호재가 있다. 수도권을 하나로 묶는 광역철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서울 주변부 집값이 오르는 게 이상하지 않다.”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적절한 이익이 났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의 양도세는 징벌적 수준이어서 시장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매각 차익의 60%까지 세금을 매기면 거래를 안 하고 증여를 한다. 매물이 부족하면 집값이 올라간다.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려면 중과세가 아니라 일반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집값은 어떻게 전망하나.

“계속 오를 것이다. 당분간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다. 전세가가 오르면 투자자들도 따라 붙을 거다. 노원구가 그런 사례다. 전세가율이 70% 넘어가니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는 게 감지된다.”

▶경기하강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 받을 가능성은 없나.

“국가 경기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자영업자 등 밑바닥 경기가 안 좋은 거다. 상반기 상장사 실적을 볼 때 국내 기업 업황은 여전히 호황이다. 고소득자가 늘고 있다. 자영업 경기와 부동산 경기가 같이 가는 게 아니다. 집값이 조정 받는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동대문 광명 등 월 1%씩 가파르게 오르는 지역들은 침착하게 바라봐야 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등 이벤트가 임박하면서 투자자들이 너무 많이 유입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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