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은 기간산업과 과학기술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는 산업단지다.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기여도가 적지 않다. 지역의 모습도 바꿔 놓는다. 공장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등 배후 주거시설과 쇼핑센터 등도 함께 건설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산단유치 경쟁을 벌이거나 자체적으로 산단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포화상태의 산단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산단 지정이 남발돼 왔다. 국가산단만 해도 창원, 구미 등 44곳에 이른다. 여기에다 일반산단 650개, 농공산단 468개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각종 산단이 1189개나 된다. 유치 업종도 신소재, 의료, 바이오 등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복·과잉 산단투자로 인한 폐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분양률이 신소재 특화 국가산단인 경북 포항 블루밸리는 1%, 충남 당진의 석문국가산단은 24%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개발 중인 산단도 분양률이 30~40%를 넘는 곳이 드물 정도다. 경남 하동군은 조선산단 개발 실패로 수백억원 빚더미에 올라 정상적인 재정운영을 하지 못할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가동 중인 상당수 산단들도 경기침체 여파로 급속히 비어가는 등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과 전남의 경제를 지탱하는 녹산산단과 대불산단의 가동률도 60%를 밑돈다. 대선 공약이라고 산단을 늘리기보다 기존 산단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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